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지선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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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우아한 삶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제목을 참 시적으로 잘 뽑아낸 책이다.

그래서 절로 궁금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가난과 우아는 공존할 수 없다고 많이들 생각하고 살고 있다.

가난한데 어떻게 우아할 수 있어?

다들 이렇게 생각할 거 같다.

 

그럼 다르게 물어보자.

우아하면 가난하지 않은 걸까?

 

삶은 각자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 그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며 살아내는 것.

나는 그것을 우아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 눈에 비친 나로 수 없는 헛발질로 기진맥진해서 사는 거보다는

내 안의 나를 보며 내가 진정 원하는 것들을 위해 사는 것. 그게 우아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아라는 말과 가난이라는 말을 사전적 의미대로만 본다면 이 책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의 사치는 앞이 조망되지 않는 내리막 세상에서 터득한 날카로운 생존 감각인지도 모른다.

 

 

여력이 돼도 택시 타는 걸 사치라고 여기고 못 타는 사람이 있고,

택시는 그저 조금 편하고, 빠르게 가는 이동 수단으로 생각해서 타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람 눈에는 지지리 궁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아끼는 것이 되고,

어떤 사람 눈에는 돈 지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합리적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학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도 이해한 사람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좋았다.

명쾌하고, 잘 쓰인 글에 읽을 책 목록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우리 세대가 집단적으로 망각하고 있는 것은, 가난이다. 사실 우리는 돈이 없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이 '팩트'는 일 년 내내 심해에 잠겨 있다가 연말 정산을 할 때쯤에나 슬그머니 수면 위에 떠오른다. 이미 망했거나, 서서히 망해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어느 시대나 가난했다.

내가 어릴 때나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다들 가난하다.

 

이 가난은 어디서 오는 걸까?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만을 의식한 탓에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길어 올려지는 허기쯤 될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다들 마음이 가난하다.

그 가난의 깊이를 알지 못하니 물질로서 가난의 잣대를 키운다.

그러니 우아하게 살기는 글렀다.

 

우아와 가난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품위를 지키는 삶.

개성을 가진 삶.

스스로의 기준으로 사는 삶.

그것이 우아한 삶이다.

 

그 우아함을 잃은 우리는 모두 가난하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

우아를 찾는 삶을 살자는 뜻일 게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사전적 의미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겐 닿지 않을 말.

우아한 가난의 시대.

 

나를 찾아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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