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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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일도 아니고 유령의일도 아닌 것을 다룹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가능한 한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겁니다.

 

 

대실종.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사람들. 752명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벽에 그려진 문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카페에 들어갔다가, 편의점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실종됐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냥 그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경해의 아내도 벽에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

이곳에선 수수께끼를 다룬다.

세상에서 실제 일어나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룬다.

 

어느 날 그곳으로 소년이 찾아온다.

사라진 엄마를 찾아 달라고 말하며 아이가 내민 명함에는 갑자기 사라진 전 파트너 노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노아의 명함을 들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찾아온 소년.

이상하리만치 조숙한 소년의 의뢰를 떨치지 못하고 나는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인골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인골들은 저마다의 인식표를 가지고 있었다. 유족들이 보면 대번에 알만한.

경해도 아내의 반지를 알아봤다.

그의 아내도 인골로 그에게 돌아왔다.

새들은 날지 않고 땅으로 모이고 사람들은 그런 새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

 

 

 

어딘가에 쐐기가 박힌 거였어. 쐐기가 잘못 박히면 벽이 뒤틀리면서 금이 가잖아.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어딘가가 어긋나고 뒤틀리면서 틈이 생겨난 거지. 사람들이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간 거야.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냈을까?

존재해선 안되는 존재가 존재하는 바람에 생긴 기이한 현상.

그 존재를 존재케한 일을 역사에서 찾아내어 그 아픔을 낱낱이 써 내려간 필력.

묘하게 뒤엉킨 이야기들이 기묘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 같다.

기묘한 탐정들의 시리즈처럼.

 

아픈 역사가 이렇게도 판타스틱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구나!

 

역사는 어리석음과 끔찍함으로 가득한 피바다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 미스터리 즈음에서 역사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언저리에 노아 같은 인물이 있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법을 찾아내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는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렇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어느새 현실의 인물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 왠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예상을 불허하는 이야기의 세계를 가진 사람 같다.

그의 또 다른 다음 세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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