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발자국이 남긴 길 위에 서서 이 말을 곱씹는다.
나는 분명 내 할머니나 엄마보다는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
그리고 내 아래 연배의 여자들은 나보다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무언가로 연결된 여자들이 있었다.
책을 읽어 가며 점점 마음이 편해진다.
내 안에서 엉켜 있던 실타래를 붕대를 감듯이 감아내는 작가의 글이 내 마음의 무언가를 서서히 녹여준다.
정말.
별생각 없이 집어 든 그 어떤 것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안을 받을 때의 그 느낌이다.
서로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가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으며 책이 끝나 가는 게 아쉬웠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사람들인데 어째서 매번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채이와 현은의 차이.
세연과 진경의 차이.
이 차이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있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윤이형 작가의 글은 처음인데 이 짧은 분량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그토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음이 놀라울 뿐이다.
세연의 상상 속 진경이 친구가 되는 법을 얘기하는 장면이 가장 맘에 들었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인데.. 그 방법을 몰라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