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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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는 늘 아주 껄끄러운 사람이었다.ㅡ 곤란하게 하는 아이, 시무룩한 10대 소녀, 대학 생활 실패자.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이제 친척들은 해답을 얻었다. 결혼시키면 그만이었다. 케이트 걱정을 한순간도 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호가스 셰익스피어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개작한 앤 타일러의 식초 아가씨이다.

 

 

앤 타일러가 가장 질색하는 셰익스피어.

거기에 가장 싫어하는 작품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택했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케이트는 아버지와 여동생과 셋이서 산다.

자가면역질환의 연구에 빠진 아버지와 이제 10대로 접어든 반항아 여동생의 틈바구니에서 유치원 보조 교사로 일하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꾸려가고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만의 유머 코드가 있는 스물아홉의 케이트는 주변인들의 눈에 대책 없는 노처녀로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느닷없이 자신의 조교를 케이트에게 소개해 준다.

원대한 계획이 있다는 걸 모른 채로 표트르와 인사를 나눈 케이트는 집요해지는 아버지의 실수(?) 아닌 실수와 생전 가야 쓰지도 않던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생소하기만 하다.

그녀의 아버지 버티스타씨는 체류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조교와 케이트를 결혼시키려 한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 표트르가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케이트를 설득한다.

 

 

 

냉수 마시고 속 차려, 언니. 아빠란 사람은 언니를 산 제물로 삼고 있다고. 모르겠어?

 

 

동생 버니만이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케이트는 아버지의 사정을 알고 결국 설득당해서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닥터 버티스타씨는 표트르와 케이트가 서류상의 결혼으로 표트르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 그녀와 표트르가 진짜 결혼 생활을 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 우스운 상황은 주변인들의 축하로 이어지고 케이트는 갑자기 사람들의 중심이 되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지만 타의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되는 상황은 같다.

표트르 역시 외국인에 고아로 영어에 익숙지 않아 실수를 저지르지만 어느 면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서 케이트의 외로움을 남몰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동생의 심술과 아버지의 얼토당토않은 바램들 사이에서 케이트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케이트는 아버지와 표트르의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이해가 바로 앤 타일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거 같다.

 

 

거의 타인과 다름없는 표트르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것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도 결혼으로 가는 그 과정에 있었다.

낯선 남자가 의외로 자신과 많은 부분을 닮았다는 사실이 가끔 아무도 몰라주던 케이트만의 무엇을 표트르가 알아주는 대목에서 나는 닥터 버티스타가 3년 동안 내심 표트르를 맏사위 감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내를 잃고 연구에만 매달리는 버티스타는 천애 고아이자 자신과 관심분야가 같은 표트르에서 같은 결핍을 읽어냈을 것이다.

그가 연구에서 파트너로서 표트르를 의지했다면 실생활에서는 맏딸 케이트를 의지했으므로 어쩜 그 이유로 두 사람이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 한 게 아닐까 싶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연구의 성공이 목전에 있다는 걸 알고 케이트는 표트르와 계약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로서 그녀의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아버지 대신 표트르는 케이트를 자신이 사는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

여기에서 미래의 장인과 사위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케이트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던 두 사람이었다.

 

 

케이트와 표트르의 결혼식 날.

예식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신랑을 기다리다 그들은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는다.

20년을 공들여 연구하던 버티스타의 실험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과연 케이트와 표트르는 무사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까?

아니면 무산될까?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본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는 케이트의 말이 마음에 든다.

21세기 말괄량이 케이트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녀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남자와 본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그린카드까지 제공한다.

 

 

순종 보다 더 한 것을 주는 케이트.

결국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관계의 원천이라 믿는다.

 

 

셰익스피어가 이 식초 아가씨를 읽는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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