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버니만이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케이트는 아버지의 사정을 알고 결국 설득당해서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닥터 버티스타씨는 표트르와 케이트가 서류상의 결혼으로 표트르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 그녀와 표트르가 진짜 결혼 생활을 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 우스운 상황은 주변인들의 축하로 이어지고 케이트는 갑자기 사람들의 중심이 되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지만 타의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되는 상황은 같다.
표트르 역시 외국인에 고아로 영어에 익숙지 않아 실수를 저지르지만 어느 면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서 케이트의 외로움을 남몰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동생의 심술과 아버지의 얼토당토않은 바램들 사이에서 케이트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케이트는 아버지와 표트르의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이해가 바로 앤 타일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거 같다.
거의 타인과 다름없는 표트르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것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도 결혼으로 가는 그 과정에 있었다.
낯선 남자가 의외로 자신과 많은 부분을 닮았다는 사실이 가끔 아무도 몰라주던 케이트만의 무엇을 표트르가 알아주는 대목에서 나는 닥터 버티스타가 3년 동안 내심 표트르를 맏사위 감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내를 잃고 연구에만 매달리는 버티스타는 천애 고아이자 자신과 관심분야가 같은 표트르에서 같은 결핍을 읽어냈을 것이다.
그가 연구에서 파트너로서 표트르를 의지했다면 실생활에서는 맏딸 케이트를 의지했으므로 어쩜 그 이유로 두 사람이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 한 게 아닐까 싶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연구의 성공이 목전에 있다는 걸 알고 케이트는 표트르와 계약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로서 그녀의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아버지 대신 표트르는 케이트를 자신이 사는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
여기에서 미래의 장인과 사위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케이트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던 두 사람이었다.
케이트와 표트르의 결혼식 날.
예식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신랑을 기다리다 그들은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는다.
20년을 공들여 연구하던 버티스타의 실험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과연 케이트와 표트르는 무사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까?
아니면 무산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