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그 안에서도 스퉁 민체이. 이곳은 쓰레기 매립장이다.
그곳에 움막을 짓고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상 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녀에겐 기 림이라는 남편과 니사이라는 아들이 있다.
부부가 하루 종일 일해도 하루 살이 삶일 뿐. 나아지는 형편은 아니다.
게다가 니사이는 늘 설사를 달고 살고, 매달 집세를 받으러 오는 괴팍한 노인네는 성질이 고약하다.
소피프 신.
집세를 걷으러 다니는 이 노파는 늘 술에 절어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에게 매달 집세를 주면서 시달리는 상 리에게 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동화책 한 권이 두
사람의 인연을 바꿔 놓은 운명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매캐한 공기와 희뿌연 연기가 책을 읽는 내내 주위를 맴돌았다.
기 림과 상 리는 그 와중에도 어찌나 착실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지 눈물을 흘리는 것도 미안할 지경이다.
상 리는 그런 남편을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책 한 권.
집세를 걷으러 왔다 그 책을 보며 오열하는 소피프.
그런 소피프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상 리.
이 기적 같은 일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아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이야기를 쓴 아버지.
어째서 나는 이 이야기를 캄보디아인이 썼다고 생각했을까?
왠지 유려한 글을 읽으면서 상 리가 글을 배워 쓴 자전적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역시 책을 다 읽고 작가에 대해 읽기까지 이 책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은 쓰레기 매립장과 아들을 위해 글을 배우려고 한 어머니라는
키워드만 가지고 어리석게 덤벼댄 나의 조급함이 일으킨 착각이었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서도 한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이 이야기가 몰입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소피프 신만 빼고는 모두 다큐멘터리에 얼굴을 비친 사람들이다.
책의 뒷면에 그들의 사진이 있다.
그곳에서도 그들의 미소는 해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