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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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란 엿가락 만드는 기술과 같다. 늘이려면 얼마든지 늘어난다. 그 대신, 진정한 맛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세키의 글은 처음부터 내게 자신을 이야기하는 글로 다가 왔다.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이 대표작인 이 작가의 글을 나는 소설이 아니라 수필로 먼저 만났으니 그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로서 만났다는 건 어쩌면 내겐 더 깊이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고, 수필, 담화, 강연, 서간

이렇게 다섯 분야로 나뉘어 실린 그의 글들을 대하다 보면 숙연해질 때가 많다.

한 세기 전의 사람인데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하고 날카로웠다.

 

사람을 보라. 금시계를 보지 마라. 옷을 보지 마라. 도둑은 우리보다 더 멋진 옷을 입는 사람이다.

 

바보는 백 명이 모여도 바보다. 자기편이 많다고 해서 자신에게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일찍이 영국 유학을 다녀왔고, 지병으로 고생했지만 글을 멈춘 적은 없었다.

그는 편지를 많이 썼고,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 주었다.

 

문부성이 내린 박사 학위를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소신이 보인다.

나라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그 시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 여겨서 그것을 끝까지 거절하고 그 전말을 신문에 기고하는 모습은 시대상으로 꽤 파격적인 거 같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스스로 주류로 들어가는 자리를 박차는 모습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옳지 못한 역사의식에 대해 뼈 때리는 문장으로 꾸짖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옳고 그름과 사람으로서의 행보에 뚜렷한 소신이 있었던 사람의 글이 읽을수록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자극이 강한 도시를 떠나 갑자기 태고의 수도로 날아온 나는 마치 삼복더위에 달구어진 돌이, 푸른 바닥에 하늘도 비치지 않는 어두운 연못 속으로 가라앉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들도 가슴 한켠에 담아두게 된다.

저 문장은 도쿄를 떠나 교토에 도착한 심정을 표현했다.

어떤 느낌이었을지 문장을 자꾸 곱씹어 본다.

 

나는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소세키의 글을 읽다 보면 시대를 잊게 된다.

그의 감각이 21세기에도 뒤처지지 않으니 마치 요즘 핫한 양준일의 90년대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자상함에 마음이 저리기도 하고

그의 유머스러움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의 멋스러움을 글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강연 부분에서 나의 개인주의라는 제목의 글이 참 맘에 들었다.

황족과 화족들의 교육기관에서 한 강연에서 그가 강조한 것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간절하게 요구되는 것이어서 글을 읽으면서 맞아! 소리를 여러 번 했다.

 

병중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소세키야말로 글쟁이라 불릴만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표작들을 읽고 싶어졌다.

 

몰랐던 작가에 대해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 이야기에서 느낀 감각들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효과를 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올곧음에 대해 소설 속에서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강단과 소신.

이 두 가지로 나는 소세키를 기억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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