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대만 작가 린이한의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다시
복받쳤다.
제야와 제니. 그리고 승호.
친인척들이 모여 사는 작은 동네에서 사촌끼리 다정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이 세 아이에게
당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터를 잡은 남자는 처음엔 꼬마들을 보면 용돈도 쥐여주고, 먹을 것도 사주고, 예쁘다고 쓰다듬어주는
항상 친절한 아저씨였다.
젊은 사람이 사업에 능해서 고향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어 자리를 잡더니 너도나도 이 젊은 사업가의 손을 잡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소도시의 정재계 인사들을 모두 아우르는 힘을 가진 그 젊은이를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어른들은 모두 칭찬하기
바빴다.
그가 어둠의 손길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뻗어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재야조차도.
잘 엮은 그물을 치고, 팔딱이는 싱싱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던 순간들. 이었겠지. 그놈에겐.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재야 탓을 했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내려오는 공식처럼 피해자는 나쁜 년이 되고
가해자는 그럴 수도 있지. 가 되는 그런 더러운 일. 이 재야에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