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스스로 하루 동안 깊은 동굴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곳에서의 체험담은 내게 생생한 호기심을 남겨 주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인간의 뇌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어떤 빛도 없는 어둠이란 어떤 느낌일까?
만약 내게도 그런 경험이 주어진다면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발밑에 있는 지하 속에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 거 같아서 그것을 파헤쳐 보고 싶다는 생각과
반면에 그 깊이 묻어진 이야기는 끄집어 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지하 세계에서 있었을 인류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이 책의 5장 두더지 족에서는 땅을 파는 사람들이 나온다.
지하실을 파기 위해 시작했던 땅 파기는 도무지 멈추지 못했다.
파고 또 파고 계속 파서 몇십 년을 땅만 팠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어째서 땅을 팠는지는 그들도 몰랐다.
그저 땅을 파고 있노라면 긴장이 풀린다고 했다.
그들이 파놓은 땅의 모습은 개미집과 동일했다니 우리는 개미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 책에 담긴 땅속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호기심만 남겼다.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하 세계를 탐험하다 길을 잃었던 경험 앞에서는 마치 스릴러를 읽는 것처럼 조마조마했다.
문득 지금 내 발밑의 지하 세계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우리의 발밑 세계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윌 같은 지하 탐험가가 있을까?
나는 우리가 '원래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에서 얼마나 멀어졌으며 인류의 가장 깊은 본능과 충동에서 등을 돌렸는지 알게 되었다. 그 오래된 방식이 살아남은
곳이 바로 지하와 우리의 관계라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어쩜 우리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인간의 역사.
진화의 역사의 비밀이 우리 발밑 가장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대로 지켜져야 할 것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이 책은지하 세계의 모든 비밀을 다 파헤쳐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묻힌 것들은 그것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만 알고, 묻어야 할 것은 잘 묻어나야 한다.
세상은 알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몰라야 좋은 것도 있기에.
그럼에도 내 발밑에 존재하는 세계가 어떤지 '맛'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랄밖에.
윌 헌터의 언더그라운드는
그나마의 궁금증을 조금 덜어주는 존재감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