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피해 일찍이 집을 나가 자신의 삶을 개척한 언니.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몇 번의 자살을 선택했던 엄마.
엄마는 두 딸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멀리 도망갈 수 있게 도왔다.
리디아를 텍사스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학원서를 써준 사람은 엄마였으니까.
약에 취해 섹스에 취해 수영 선수의 꿈마저 날려 버린 청춘은 아이까지 잃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가슴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언젠가 글이 되기 위해 꾹꾹 눌러져 담겨 있었다.
그녀의 물속에.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 리디아에겐 엄마와 아빠의 피가 흐른다.
건축가이자 예술가였던 아버지와 한때 글을 쓰고자 했던 엄마의 피가 리디아를 따라 흘렀다.
그래서 그녀는 물처럼 아무렇게나 흘렀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 한없이 흐르고 있다.
되풀이되고, 두서없고, 난장판 같은 글은 사실 꽤 정교하고 논리적이고 흐름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면 의식의 흐름처럼 그녀의 글이 읽힌다.
언제나 아웃 사이더였던 그녀는 세상을, 삶을, 사람을, 사랑을 보는 관점이 물 같다.
모든 걸 안고 흐르는.
한 사람에게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 사실이라면
리디아는 한 번의 생으로 여러겁의 생을 살아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 시킨 사람이다.
수영으로 몸의 근육을 단련시켰다면, 글로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킨 시켰다.
그래서 정신없이 읽고 나면 정신이 사나워지는 게 아니라 정돈이 된다. 정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