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나이가 좀 더 들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여우가 잠든 숲이 보덴슈타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춰낸 거라면
이번 아홉 번째 이야기는 피아가 알 수 없었던 가족의 비밀이 담겨 있다.
신문배달부가 발견한 한 노인의 죽음이 자연사에서 연쇄살인범의 흔적으로 뒤바뀐다.
견사에 갇혀 있던 노인의 개가 파헤쳐 놓은 건 사람의 시체가 묻혀 있던 곳이다.
시립화된 랩핑된 시체들이 발견되고 그저 평범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변질되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자행되어 온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하나의 사건을 주축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숨겨 두는 노이하우스는 이번에도 그렇게 사건과 별 관계없을 거 같았던 사람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트릭을 보여준다.
이번엔 등장인물이 꽤 많다. 그만큼 용의자가 많단 뜻이다.
노인이 죽은 저택은 전쟁 때엔 수녀원이었고, 그곳에서 전쟁고아들이 키워졌다.
전쟁이 끝난 후에 그 장소를 사들인 라이펜라트 부부는 그곳에서 보육원에서도 두 손든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웠다.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리타 라이펜라트와는 달리 남편 테드는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입양아들을 면담하면서 감춰졌던 리타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날에 자신이 책임졌던 입양아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즐겼던 리타는 그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았을 때 무지막지한 체벌을 가했다.
욕조에 처박고, 아이스박스에 가두고, 우물에 가두고, 랩으로 싸두는 벌들은 연쇄살인범의 흔적이 되었다.
오래전 실종자 명단과 일치하는 시체들이 나오고, 그들과 같은 수법으로 죽은 여자들의 시체가 스무 명이 넘는다.
모두 어머니의 날 전날에 실종된 여자들이었다.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늘 사회 문제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며 나는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미국 범죄소설이 범인이나 형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타우누스 시리즈는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 잔혹한 어머니의 날의 연쇄 살인범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