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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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악은 사람들의 눈에 뜨지 않게 나타나는 법이죠.



오랜만에 만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나이가 좀 더 들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여우가 잠든 숲이 보덴슈타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춰낸 거라면

이번 아홉 번째 이야기는 피아가 알 수 없었던 가족의 비밀이 담겨 있다.

신문배달부가 발견한 한 노인의 죽음이 자연사에서 연쇄살인범의 흔적으로 뒤바뀐다.

견사에 갇혀 있던 노인의 개가 파헤쳐 놓은 건 사람의 시체가 묻혀 있던 곳이다.

시립화된 랩핑된 시체들이 발견되고 그저 평범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변질되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자행되어 온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하나의 사건을 주축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숨겨 두는 노이하우스는 이번에도 그렇게 사건과 별 관계없을 거 같았던 사람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트릭을 보여준다.

이번엔 등장인물이 꽤 많다. 그만큼 용의자가 많단 뜻이다.

노인이 죽은 저택은 전쟁 때엔 수녀원이었고, 그곳에서 전쟁고아들이 키워졌다.

전쟁이 끝난 후에 그 장소를 사들인 라이펜라트 부부는 그곳에서 보육원에서도 두 손든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웠다.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리타 라이펜라트와는 달리 남편 테드는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입양아들을 면담하면서 감춰졌던 리타의 두 얼굴을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날에 자신이 책임졌던 입양아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즐겼던 리타는 그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았을 때 무지막지한 체벌을 가했다.

욕조에 처박고, 아이스박스에 가두고, 우물에 가두고, 랩으로 싸두는 벌들은 연쇄살인범의 흔적이 되었다.

오래전 실종자 명단과 일치하는 시체들이 나오고, 그들과 같은 수법으로 죽은 여자들의 시체가 스무 명이 넘는다.

모두 어머니의 날 전날에 실종된 여자들이었다.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늘 사회 문제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며 나는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미국 범죄소설이 범인이나 형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타우누스 시리즈는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 잔혹한 어머니의 날의 연쇄 살인범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이다.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낀 불안감이 한 발 한 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더욱 강해졌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그냥 느낌이었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렴풋한 느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불안한 느낌은 이 집의 과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피아의 사건에 대한 직감은 늘 적중한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직감을 늘 무시하려는 엥엘과장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번에도 정치놀음에 능한 엥엘과장은 죽은 노인을 범인으로 정하고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난 산더 형사가 훌륭한 경찰이라고 생각해요.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선악을 구별하는 감각도 탁월하고...



동생의 연인이자 상사인 엥엘과 늘 대립관계에 있던 피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말이 엥엘의 입에서 나왔을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용의자의 범위가 좁혀지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클라스의 정신감정을 맡았던 사람이 피아의 여동생 킴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자기중심적이고, 분노조절이 안되며, 폭력을 휘두르고 입양아들 중에서 가장 잔인했던 클라스는 오래전 노라라는 또래 여자아이를 죽인 혐의도 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전처와 변호사와 심리 상담사를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서 킴이 사라진다.

나는 그들의 공포를 느낀다. 그 공포는 차 안을 가득 메우고 내 살갗과 머리카락에 들러붙는다. 나는 그것의 냄새를 맡고 맛볼 수 있다. 그리고 황홀함에 취한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루어지는 과정 중간중간 범인의 속내가 나온다.

어딘가 숨어 있지만 알 수 없는 범인의 마음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낸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마음은 자식을 버린 어미에게 벌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커간다.

한 번의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불러왔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

버림받고 학대당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슬픔과 고통을 잊지 못한다.

그럼에도 양부모가 되어 주었던 그들과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 뿌리라도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그들의 심리를 자기 편할 대로 농락한 어른들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애쓰는 형사들과 그들의 눈을 피해 새로운 살인을 계획하는 범인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버려진 아이와 비밀을 간직한 어른은 마지막 범죄의 희생양이 되기 직전이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과연 그들을 살려 낼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는 전작에 비해 번역이 매끄러워서 예전의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가급적이면 시리즈의 번역은 한 사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냐하면 캐릭터의 이미지가 아주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작 여우가 잠든 숲은 읽는 내내 생소한 느낌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예를 들면 파트너와의 문제, 사회적 궁핍,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경우가 대다수죠. 과거에는 집안의 압박이 컸습니다. 임신한 미혼 여성들은 부모에 의해 강제로 보육원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입양 보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들.

그 사각지대에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운 어른들...

늘 그렇지만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노이하우스의 매력이다.

재밌는 건 용의자들로 지목된 사람들 중에 항상 범인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숨겨진 비밀들이 감정을 조여오는 느낌이 이 시리즈의 묘미다.

그 모든 묘미들을 한곳에 몰아넣은 것이 바로 이 잔혹한 어머니의 날이었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다룬 노이하우스 매력의 극치!

잔혹한 어머니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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