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난 레나는 그곳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를 엿본 게 되는 니나와 엘레나 모녀를 만나게 된다.
어린 나이에 딸 둘을 낳아 자신의 젊음과 커리어를 놓아버리고 아이에게 시간을 주었던 나날들.
그 시간들이 처음엔 기쁨과 계획 속에서 그녀의 필수적인 일과였다면 두 번째 기회에서는 그녀 자신을 놓아버리는 시간이 되었다.
철저하게 자기의 시간을 주도하던 여자가 발목을 잡힌 채로 바쁘게 출장을 다니는 남편 덕에 두 아이를 양육해야만 했던 그 시절. 아마도 레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우울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모성애와는 별개로 레나에겐 탈출구가 없었다.
독박 육아는 그녀를 조금씩 갉아 먹었고, 급기야 아이들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그런 자신의 끝을 알 수 없음에 아이들을 떠났던 레나는 자신의 시간을 찾지만 3년 동안의 그 시간 동안 또 다른 자책감이 그녀를 갉아먹어갔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니나를 보며 그녀는 손을 내밀어 주고 싶은 충동과 망쳐버리고 싶은 충동을 동시에 느낀다.
페란테의 글은 감정을 낱낱이 드러냄과 동시에 신랄한 표현으로 그 상황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그 상황을 겪어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레나의 충동과 니나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로사리아의 준비되어 있는 모성애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이야기를 읽었다.
뭐라고 확실하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면서 이 모든 걸 뭉개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를 나도 모르게 원하게 되었다.
정말 모두가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해일 같은 일이 일어나서 모두가 구속에서 해방되는 획기적인 일이 벌어지기를 애태웠다.
엄마와 딸.
서로의 모순됨을 가장 잘 아는 관계.
엄마는 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고, 딸은 엄마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