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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평점 :
알렉상드르 뒤마. 하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떠오른다.
작품 속 주인공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동명의 성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이책을 통해.
뒤마의 가장 전성기에 지어진 성이었고, 엄청난 건축비가 들어간 이 성에서의 삶.
그 자잘한 일상을 매의 눈으로 포착해서 글을 썼다.
이 책은 뒤마의 신문에 실린 글들은 모은 책이다.
뒤마는 흑인 혼혈이었다. 이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이 책을 통해.
안다고 했는데 알았던 게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작품 몇 개를 읽었을 뿐.
뒤마가 다작가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책은 그런 뒤마를 조금 더 알게 되는 책일 거 같다.
19세기 흑인 혼혈 다작가 뒤마
그럼에도 꼬인데 없이 느긋하고 유쾌했던 그를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프리차드라는 개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각종 사고를 도맡아 일으키고,
알렉시라는 흑인 하인의 당돌함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는데 뒤마가 호인이었는지 호구였는지 나도 헷갈린다.
이 에세이는 뒤마라는 작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글마다 위트가 넘치고, 뛰어난 관찰력 덕분에 그가 사람을 얘기하는 건지 동물에 대해 얘기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동물들의 행동을 빗대어 인간을 설명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리차드가 등장했다. 두
귀가 나란히 바르고 겨자색 눈에다 누리끼리한 털 그리고 꼬리 부분에 멋진 깃털을 달고 있었다. 사실 그 꼬리 깃털 빼고는 못생긴 동물이었다.
그런데 내가 세네카의 『비종교성 작가들 선집』에서 배운바 인간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는 “옷차림새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이런 판단이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개에게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있어서 그런지 마치 내가 뒤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간혹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어법 때문에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도 든다.
나는 고독을 아주 좋아한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고독은 안주인이 아니라 애인이다. 일을 하는 사람, 특히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고독이다. 사회는 육체를 달래주고, 사랑은 마음을 달래주고, 고독은 영혼의 종교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고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천국의 고독, 다시 말해 동물로 가득 차 있는 고독을 좋아한다.
짐승은 싫어하지만 동물은 좋아한다는 뒤마.
그래서인지 그의 성은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았다.
원숭이 3마리, 앵무새 2마리, 고양이 한 마리, 꿩 한 마리, 수탉 한 마리, 12마리의 암탉, 독수리 한마디, 다섯 마리의 개들.
조그만 동물 왕국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애도하는 뒤마의 이야기는 짤막한 에피소드와 함께 다채롭게 이어진다.
두께에 비해 가벼운 이 책은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기에 좋다.
명성에 걸맞은 대작들만 남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남긴 뒤마의 모습에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 갑자기 가까운 사람이 된듯한 기분이다.
뭔가를 알아가는 게 즐거운 건 당연한 거지만, 몰랐던 누군가를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책은 알렉상드르 뒤마를 새롭게 되살려 놓은 책이다.
만약 뒤마가 프랑스에서 태어나지 않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삼총사나 몽테크리스토 백작같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수다스러운 삼촌의 옛이야기를 남김없이 들어준 조카가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