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그감으로 충만한 소년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은 무엇일까?
학교에서 설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로세로 180cm인 에디를 만나는 것?
허영스럽지만 예쁘고, 필립의 개그를 받아 쳐주던 엄마가 이상해진 것?
짝사랑 루시가 눈길도 안 주는 것?
단짝 친구 앙이 그를 거들떠도 안 보고 루시와 사랑에 빠진 것?
애정 하는 코미디언 해리 힐에게 무한정 편지를 보내지만 답장을 하나도 못 받은 것?
이 소년의 이야기는 마치 버석거리는 사막에 내린 단비 같다.
언제 젖는지도 모르게 촉촉하게 적시는 감동의 단비.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웃음을 주려 하는 모습이 어떨 땐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을 때 좌절하는 모습은 귀엽고도 슬프다.
그래도 필립을 통해서 나는 다른 감정 하나를 알게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비관하고, 자신을 괴롭히거나 타인을 향해 분노를 내뿜는 사람이 있다면
필립처럼 그 상황을 유머로서 모면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는걸.
특히나 어른도 아닌 아이로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나 현실을 농담 한 마디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건
어른의 눈높이에서 볼 때 어이가 없거나, 애들은 어쩔 수 없다거나, 쯧쯧 거림으로 넘어가곤 하는데
그것은 정말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
아이의 엉뚱한 말이나 행동은 그것을 감당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걸 어른들은 알아야 한다.
이 어리고, 철없고, 연약해 보이는 소년 필립은
누구보다 강단 있고, 따스하며, 유쾌한 아이다.
그리고 굉장히 어른스러운 감동적인 아이다.
속절없이 어느 순간 터지는 울음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슬프고, 아프고, 애처로워서가 아니라
그 너머의 필립의 마음이 헤아려져서 터진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