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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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얼어붙은 정신의 바다가 깨지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순간, 독자는 기꺼이 책의 포로가 된다. 적어도 또다시 그런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293호 열차 C칸.

이 그림을 보는 각자의 시선은 모두 다를 것이다.

느끼는 바도, 생각하는 바도, 감상 포인트도, 눈에 새겨지는 그림 자체도.

표정훈 작가는 그림 속에 들어있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 그림 속에 있는 책은 무슨 책일까?

이 호기심에 상상력을 가미하고, 살을 보태고, 추측을 함으로써 새로운 읽을거리를 창작해내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작가의 지식의 끝은 어디인가!

 

이 책을 읽으면 그림을 볼 수 있고, 그림 속에 감추어진 책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의 시대 배경과 화가, 그들이 살았던 세상에 대한 사건 사고들도 알 수 있다.

하나의 그림에서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림이나 책에서 끝나지 않고 시대와 역사를 아우른다.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도대체 이 많은 걸 다 알려면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는 걸까?

내가 왕이 된다면, 인류의 절반을 봉인하는 악습을 뜯어고치겠다. 나는 여성도 인간의 모든 권리를, 무엇보다도 배움의 권리를 누리게 할 것이다.

 

 

2부의 주제 그녀만의 방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여성들은 그림 속의 여성이기도 하고, 책 속의 여성이기도 하다.

장시간 남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하고 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종교에 대한 오해와 그 종교를 따르는 이들에 대한 편견은 단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배제와 차별 때로는 폭력까지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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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거나 미워하기 전에 우선 제대로 알려고 애쓸 일이다.

 

 

 

이 책 한 권에 세상 모든 이야기가 조금씩 담겨있다.

문화, 예술, 철학, 종교, 차별, 젠더, 속박, 자유 등의 이야기들이 한껏 펼쳐져 있어서 새로운 그림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무언가를 볼 때 주가 되는 것만을 보고 마는 사람이 나였다는 걸 알게 됐다.

꼼꼼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관심의 폭이 적었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그림을 보면서 색채와 구도와 느낌만을 담았지 저 책이 무슨 책일까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작가의 눈이란 매와 같다.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그림도 감상하고, 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며,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공부도 하고,

역사적 사건 앞에서 역사 공부도 하게 됐다.

하나의 작품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니 정말 상상력과 호기심은 살면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덕목 같다.

 

익숙한 그림들 보다 생소한 그림들이 많아서 즐거웠고,

시대를 거슬러 온갖 세상을 두루 살펴본 느낌이어서 먼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나는 책을 쓰지 않았다. 사실 책은 쓸 수 없다. 다만 쓸 수 있는 것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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