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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딸들에게는 '엄마' 라는 말의 의미가 참 다르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지나면 '엄마'에서 '친정엄마'로 호칭이 달라지는 사람.
마주보면 으르렁- 싸우다가도, 언젠가는 친구처럼 공감하고 투닥이는.
부르기만 해도 저절로 눈물이 나고,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큰 소리쳐놓고 결국 그이처럼 살아가게 되는..
'엄마' 참 애증의 관계이다. 그리하여 <애증의 모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애증의 모녀를 <14살의 소녀 >가 이야기로 써내려간 책 이다.
문체와 술술 읽히는 이야기의 흐름이 14살 학생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작가 소개를 읽고, 작가의 나이를 알았는데 너무 놀랐다.
어린 학생이 가진 시선과 사유이기에 이렇게 순수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 게 아닐까?
<죽은 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는가>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하나미'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마트에서 반값제품을 놓치지 않는 알뜰살뜰한 '엄마'
하나미와 엄마. 둘이서 써내려가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하나미는 아빠가 안 계시고 엄마와 둘이서 사는 어린 초등학생이다.
하나미가 의지 할 곳도 엄마 뿐이요,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도 엄마 뿐이다.
그런 엄마에게 선자리가 들어오고, 가자마씨가 엄마를 거절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는
직접 가자마씨의 슈퍼를 찾아가 '거절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사라지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행복을 바라며,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
이 대목을 읽고, 가슴이 찡해졌다. 어린 아이가 하기엔 너무나 큰 결심이기에...
하지만 하나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겐토'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형제가 없는 하나미와 겐토는 한 집에 살며 우정을 만들어가는데 이 둘의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하나미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지저분한 집에서 잠만 자고 아무 일도 하지 않던 겐토는
수염과 머리를 깍고 몇 년만에 지하철도 타면서 점점 사회 속으로,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세상에 겐토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은 철학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희망과 다정함을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온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겐토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더 따뜻한 뉴스가 많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이라는 제목에 맞춰
- 엄마와 딸의 대화 -엄마를 이해하는 어린 딸의 마음 뿐만 아니라
-겐토와 하나미의 우정 까지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덧붙여, 게키야스당 사장님의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 또한
하나미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가 되었음을 절대 빼 놓으면 안된다.
네가 없으면 엄마가 행복해진다거나 네가 엄마의 행복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고 자기만 행복해지려는 부모는 없어. 네 엄마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건 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
네가 없으면 엄마는 행복해지기는커녕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불행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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