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 숄 평전 - 백장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바바라 라이스너 지음, 최대희 옮김 / 강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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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생소한 이름이었다.

무슨 짓(일)을 했길래 '평전'이라 이름붙은

이 젊은 여자에 대한 책이 나온단 말인가..

책을 읽어가면서 왜 이 사람에 대한 평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조피 숄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생소한지 알수 있었다.

 

히틀러와 그의 유태인 말살 정책을 아는 사람은 수도없이 많다.

하지만 그 시대에 히틀러가 지배하던 독일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아는 사람?

히틀러와 함께 온 독일 국민들을 싸잡아서 돌을 던져야 할까?

 

조피 숄과 그의 가족, 형제들은

양심있는 독일인이었다.

물론 조피와 그의 오빠 한스는

어린 시절-멋모르던 시절-히틀러를 위한 소년단 활동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었고,

그 때문에 나중에 심한 양심의 가책과 후회를 느끼게 된다.

그들이 칭송해마지않던 지도자가

유태인을 학살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해가면서

본성을 드러내는 동안

조피와 한스는 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대학생이던 조피와 한스는

당장, 무엇이든 행동해야 한다고 느꼈고,

히틀러와 전쟁에 반대하는 전단을 뿌리다가 체포되어

단두대에서 사형당했다. (그 시대에 단두대가 있었다니!!-0-)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거라던,

젊다기 보단 어린, 양심있는 독일국민의 죽음이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조피 숄에 대해

그 당시에 알려지지 않았단다.

짧지만 강렬하고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살았던 삶.

어린 나이였지만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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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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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고, 책 냄새마저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혹할 만한 제목.

꿈꾸는 책들의 도시.

표지 그림 또한 멋지지 않은가.

두 권으로 이어지는 책 곳곳에 저런 그림들이

동화책처럼 그려져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 속에서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끝도 없는 지하 동굴벽을 따라 서가가 쭉 이어진 곳.

책에 눈이 달리고 다리가 달려서

누군가가 애벌레라도 던져주면 쥐떼처럼 모여들어 받아먹는 곳.

부흐하임.

 

하지만 단순히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모험소설이라기엔 현실을 꼬집어주는 대목도 적지 않다.

 

책을 읽음으로써 배를 채울 수 있는 외눈 난쟁이족 부흐링의 말.

 

"무엇을 읽을 건지는 매우 신중한 문제지요. 소설은 영양가가 너무 높아서 조심해야 합니다. 나는 현재 아주 엄격한 서정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난무하는 생각들과 느낌들과 넘쳐나는 감수성 때문에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나에게 정말 와닿는 말이었다.

 

"문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많은 돈 말이다!-흠 없는 훌륭한 문학은 필요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것, 덤핑 책, 파본, 대량 서적들이란 말이다. 많이, 점점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점점 더 두꺼우면서도 내용은 별것 없는 책들 말이다.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있는 말들이 아니거든."

천재시인과 그를 찾는 주인공을 지하동굴 속에 내팽개쳐버린 악독한 출판업자(그 외에도 직함은 많다) 스마이크의 말.

출판업계를 제대로 비꼬는 말 같다.

 

"어떤 책이 얼마나 잘 팔리고 팔리지 않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 혹은 얼마나 적은 사람들이 한 작가를 인지하는가 안 하는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런 것이 규범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과 부당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스마이크에 의해 끔찍하게 변형되어 지하감옥에 갇힌 천재시인 호문콜로스의 말이다. 이 역시도 '좋은 책'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가 너무 많음을 보여준다.

 

"그냥 계속 기어올라가는 거다. 마치 소설을 쓸 때처럼. 처음에 아주 비약적으로 한 장면을 쓰는 일은 매우 쉽다. 그러다가 언젠가 네가 피곤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아직 겨우 절반밖에는 쓰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앞을 바라보면 아직도 절반이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 만약 용기를 잃으면 너는 실패하고 만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일을 끝내기는 어렵다."

지하동굴을 탈출해 다시 부흐하임의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 갱도를 기어올라가면서 주인공 미텐메츠가 힘들어하자 호문콜로스가 해준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 소설 내내 강조해 마지않는 "오름"이란 걸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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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정원 -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
김용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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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심코 지나쳤던 동화 속에서도 철학을 발견할 수 있음을,

어른의 눈으로 한층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책.

동화 뿐만 아니라 영화, 철학, 과학 등을 화두로

잠깐잠깐씩 생각할 것들을 제시해준다.

그리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고 가볍지도 않게

하루 한편씩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책장의 질도 너무 좋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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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1 강풀 순정만화 3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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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만화는 띄엄띄엄 읽어본 게 전부라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감성을 콕콕 쑤시는 데가 있는 것 같다.

송씨 할머니, 만석이 할아버지, 순이 할머니와 군봉이 할아버지의

찡한 러브스토리...이렇게만 말하기엔 너무 세속적이고 가볍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만석이 할아버지,

이름이 없었던 송씨 할머니,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치매를 앓는 아내를 집에 가두고 출근하는 군봉이 할아버지, 마냥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순이 할머니..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정말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라는 것.

그게 사랑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웃기기 위해 웃기는 게 아니라

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래도 이랬을거야..싶어

마치 그 캐릭터가 우리 동네에 있는 내가 관심갖지 않았던 캐릭터 같아서 가슴부터 웃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가 울리려고 울리는 게 아닌데,

너무도 눈물이 난다.

 

만화책도 소장가치가 있구나..라고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 만화책은 나중에 나중에,

우리가 늙어가면서 한번씩 책장에서 꺼내보고

가슴을 적셔가면서 살아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군봉이 할아버지와 순이 할머니처럼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한 번 맺어지고 언젠가 헤어지게 되어있다면

하나가 떠나고 하나는 남는 자가 되어서

죽는 날까지 그리워하는 것보다

그냥 같은 날 손 잡고 죽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살만큼 살았다 싶으면

내가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콧 니어링처럼(그 부인 헬렌 니어링이었던가?)

어느 순간 식음을 끊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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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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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 내가 봐도 '청순가련'해 보이는

이 책의 지은이, 윤고은.

나이도 어리다. 그런데 장편소설을 썼고, 상을 받았다.

부럽다. 그 재능!

 

소설을 읽으면서 자주 썩소가 흘러나오는 입술께를 가려야했다.

(책 읽으면서 입술이 삐뚤어지면 이상해보이쟎아.)

늘,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단 하나이던 달이

여섯개까지 불어나면서 사회에는 무중력 '증후군'이

마치 돌림병처럼, 혹은 유행처럼 번진다.

뭐가 좋다더라, 뭐가 유행한다 할라치면

너나 할것 없이 우~ 몰려들고 따라가는,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을 자각하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을

재밌게 비꼬아놨다.

 

갑자기 없던 두통이 생기고, 몸이 떠오르는 것 같고,

위장장애, 수면장애, .. 암튼 어디서 들어본 병은 꼭 자신의 증세인 것만 같아 온갖 병원을 전전하는 주인공 노시보도 그런 인물이다.

 

언제나 새로운 뉴스에 굶주린 상태,

그걸 따라잡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될까봐

강박관념처럼 아침 뉴스를, 지하철 신문을, 인터넷 기사를 따라가는

뉴스홀릭 노시보의 일상은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신 뉴스가 들어있어야 한다.

특히나 노시보씨는 부동산 회사의 과장(최고 낮은 직급이 과장인 회사)으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땅을 팔 때,

이런 최신뉴스들이 말머리를 꺼내는데 도움이 된다.

내 경우도 해외여행을 짧게라도 다녀온 후에는

가장 먼저 관심 갖고 하는 일은 최신 뉴스를 검색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 뒤쳐질 수 없다.

밥상머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슈를 꺼냈을 때

최소한 아는 척이라도 해야한다는,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

 

결국, 여섯 개까지 불어났던 달은

어느 날 아침 본래의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지구인들에게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

어찌보면 문제의 원인이 사라짐으로써 모든 게 안정적으로 정리될 거라 믿을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

무중력 증후군이 가라앉은 다음에는

또 다른 증후군의 대상을 물색한다.

마치, 초등학교 교실의 한 반에 왕따가 있었는데,

그 왕따가 전학을 간다고 해서 왕따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닌 것처럼.. 왕따 A가 사라지고 나면, 아이들은 그 아이를 대체할 다른 희생양 왕따 B를 찾는다.

 

웃으면서 읽었지만,

이건 무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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