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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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 내가 봐도 '청순가련'해 보이는

이 책의 지은이, 윤고은.

나이도 어리다. 그런데 장편소설을 썼고, 상을 받았다.

부럽다. 그 재능!

 

소설을 읽으면서 자주 썩소가 흘러나오는 입술께를 가려야했다.

(책 읽으면서 입술이 삐뚤어지면 이상해보이쟎아.)

늘,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단 하나이던 달이

여섯개까지 불어나면서 사회에는 무중력 '증후군'이

마치 돌림병처럼, 혹은 유행처럼 번진다.

뭐가 좋다더라, 뭐가 유행한다 할라치면

너나 할것 없이 우~ 몰려들고 따라가는,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을 자각하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을

재밌게 비꼬아놨다.

 

갑자기 없던 두통이 생기고, 몸이 떠오르는 것 같고,

위장장애, 수면장애, .. 암튼 어디서 들어본 병은 꼭 자신의 증세인 것만 같아 온갖 병원을 전전하는 주인공 노시보도 그런 인물이다.

 

언제나 새로운 뉴스에 굶주린 상태,

그걸 따라잡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될까봐

강박관념처럼 아침 뉴스를, 지하철 신문을, 인터넷 기사를 따라가는

뉴스홀릭 노시보의 일상은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신 뉴스가 들어있어야 한다.

특히나 노시보씨는 부동산 회사의 과장(최고 낮은 직급이 과장인 회사)으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땅을 팔 때,

이런 최신뉴스들이 말머리를 꺼내는데 도움이 된다.

내 경우도 해외여행을 짧게라도 다녀온 후에는

가장 먼저 관심 갖고 하는 일은 최신 뉴스를 검색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 뒤쳐질 수 없다.

밥상머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슈를 꺼냈을 때

최소한 아는 척이라도 해야한다는,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

 

결국, 여섯 개까지 불어났던 달은

어느 날 아침 본래의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지구인들에게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

어찌보면 문제의 원인이 사라짐으로써 모든 게 안정적으로 정리될 거라 믿을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

무중력 증후군이 가라앉은 다음에는

또 다른 증후군의 대상을 물색한다.

마치, 초등학교 교실의 한 반에 왕따가 있었는데,

그 왕따가 전학을 간다고 해서 왕따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닌 것처럼.. 왕따 A가 사라지고 나면, 아이들은 그 아이를 대체할 다른 희생양 왕따 B를 찾는다.

 

웃으면서 읽었지만,

이건 무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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