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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ㅣ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북리뷰] 군주의 거울 - 키루스의 교육
책의 전반부는 그리스의 3가지 아포리아를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에서 들었던 부분이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리스의 3가지 아포리아라고 한다.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그리스의 3가지 아포리아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Historiography'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이기도 하다.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신화의 세계로부터 분리시켰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 탐사하고 그 전후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 p 39 )고 한다. <역사>를 통해 마라톤 전투, 테르모필레 전투, 살라미스 해전을 탐사하여 기록했다고 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은 기록자의 주관이 담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를 기록하는 자를 알아야 역사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헤로도토스가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했다니, 객관적으로 그 당시의 사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리디아(지금의 터키)의 왕 크로이소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 아테네의 영웅 테미스토크렐스이다. 이 세 인물을 통해 '군주의 거울'이 되라는 것이다. 잘된 점은 배우고 잘못된 점은 반면교사로써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군주의 거울'이란 제목이 맘에 든다.
후에 키루스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울을 보고 있는 비너스>의 그림 이야기를 한다. 거울이란 보는 사람을 투영하는 사물이다. 내가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보인다. 내가 나를 보는 순간은 거울을 볼 때이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내 얼굴을 보고, 나의 뒷모습을 본다.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거울을 보고 있는 비너스>이다. '군주의 거울' 또한 마찬가지다.
헤르도토스는 <역사>를 통해 "진정한 군주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를 믿고 따르는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그 사회는 아포리아에 처하게 된다. (중략) 헤로도토스의 주장은 한마디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함량 미달인 자는 함부로 리더의 우치에 오르지 말라!'는 것이다." ( p 81 ) 를 말하고 싶었다.
이 문장은 지금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전쟁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존상잔의 내전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인간 군상이 어떻게 행동하고, 그 광범위한 개별적 행동의 스펙트럼 속에서 리더가 어떻게 바로 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 p 94 )라고 밝히고 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기 전, 아테네는 황금의 시기였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뒤 아테네는 제국의 길로 들어서려 했다. 당시 그리스는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으로 양분되었다. 아테네에는 테미스토클래스가 있었다. 그는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다.
페르시아 전쟁으로 테미스토클래스가 영웅이 되었다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페리클레스란 영웅이 탄생한다. '페리클레스의 황금기Golden Age of Pericles'라고 하는데, 이때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등장했고,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있었다.
아테네는 페리클레스로 일어났지만, 알키비아데스에 의해서 폭망하고 만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어떤 나라나 조직이 흥하고 망하는 이유는 다 사람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스의 세 번째 아포리아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다. 물질로 풍부한 시기를 누렸던 시기. 이 시기에 함께 나타나는 것이 '몸의 숭배' 현상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사람'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얼짱', '몸짱'이 유행하고 '머슬' 대회에서 입상한 사람들이 메스컴을 도배하고 있으니까.
소크라테스는 말 잘하는 것이 아닌 질문하는 삶을 촉구했다. 당시 '클렙시드라Klepsydra'라고 불린 물시계는 6분이라는 시간을 측정했다. 아테네 법정에서는 변론하는 사람이 6분간만 발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소피스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와 포티다이아 전투에 참전했다. 둘은 '파이데라스티아Paiderasia'의 관계였다. "이는 덕망을 갖춘 어른이 혈기왕성한 어린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를 지도하고 교화하는 관계를 말한다." ( p 141 )
소크라테스는 이 전투에 참전하고 나서 탁월함, '아레테Aretē'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포티다이아 전투 이전의 탁월함이 신체의 아름다움이나 적 앞에서 기죽지 않은 군사적 용맹을 뜻했다면, 전투 이후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라 절제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바뀌었고, 진정한 용기는 남에게서 승리를 빼앗고 적을 살육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고 무엇보다 지혜를 추구하는 삶으로 바뀌게 되었다." ( p 144-145 )
"아테네의 아포리아는 "부와 명예와 명성"을 얻기 위해 안달하면서도 정작 "지혜와 진리와 혼의 최선의 상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 p 146 ) 이 문장을 읽으니 우리 사회를 그대로 투영한 말이라고 느꼈다.
소크라테스가 조국을 배신한 알키비아데스의 스승이란 이유로 투옥되고 독배를 받고 죽는 것을 본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의 특징을 정의가 실현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의 궁극적 목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통치자는 '지혜'를 추구하고, 수호자는 '용기'를 지녀야 하며, 시민들은 '절제'하는 것이 그들이 지켜야 할 각각의 의무다. 통치자, 수호자 그리고 시민들이 각각 자신이 맡은 본분을 다하는 것이 '정의'이고 그것이 이상 국가의 기초라는 것이다." ( p 156 )
칼 포퍼는 "통치자와 수호자가 참다운 지혜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 사회는 정의를 실현하는 이상 사회로 발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그 나라는 독재의 왕국이 될 것이 분명"( p 160 )하다며 플라톤의 국가론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크세노폰 또한 <키루스의 교육>에서 "권리의 평등이야말로 참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며, 참된 군주의 덕목은 "국가에서 명령하는 것을 가장 먼저 실천하고 법으로 공표된 것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크세노폰은 "조직을 이끄는 사람, 한 나라의 운영을 책임진 군주의 첫 번째 임무는 선한 사람을 악한 인간으로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 p 200-201 )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했다. 앞의 세 역사서가 반면교사를 말하는 것이라면, <키루스의 교육>은 진정한 군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당시의 그림들이 참 많이 있다. 그림을 설명해주면서 당시의 시대 상황도 함께 알려 주었다. 앞으로 책에 있는 그림을 본다면 이 책과 그리스가 생각날 것 같다.
아포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