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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북리뷰]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난 편견이 심한 사람이다. 심각해도 아주 심각하다. 말로는 나와 다른 사람도 같은 사람이기에 존중해줘야 한다고 입으로만 말하지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아주 가끔 친절한 마음이 들 때가 생기면 약간의 선행을 하는 정도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너도 사람이면 나도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지은이는 7살에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출판사 관계자와 인터뷰 중간 중간 다른 소리를 내는 장면이 서술되었다. 왜
그런 소리를 내냐고 물어보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오는 말이라고 했다.
우리는 흔히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다름’이 무엇인지는 깊숙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우월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쓰잘데기 없는 잡담만 늘어놓는다. 내가 상대방보다 우월적 또는 더 낳은 존재라는 생각은 ‘넌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배려’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자만의 극치다.
저자는 나와 다르다. 역설적이게도 나 역시 그와 다르다.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에는 무척 힘들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겠는가? 결국 남성과 여성이 다르고, 어른과 아이가 다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른 것이다. ‘누구 vs 누구’의
대결 구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이 사회라고 한다면, 이 ‘다름’을 정말 진지하게 인정해야 한다. 다른데 다르지 않다는 것은 말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순간 나 역시 저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자폐증에 걸린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 정말 이럴
수 있어? 라는 생각에 책에 밑줄을 긋고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저자가 우리가 말하는 평범한 청년이었고 한 편의 에세이였다면 이 책에 나에게 다르게 읽혔을까? 그냥
평범한 에세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심적인, 신체적인,
정신적인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인의 절대적인 권력이 우리 스스로에게 ‘다름’ 즉, ‘차별’을 용인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용인’이라는 느낌은
의료권력을 우리가 인정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플라시보 효과 역시 이 의료권력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적 치유의 하나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의료권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메르스 치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의료인들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정신에 대해서 ‘너는 병이 있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권력이
무섭다는 것일 뿐이다.
책에는 저자의 여러 생각을 표현했다. 그 생각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고, 더 심도 깊은 고민이 녹아있었다. 방금 문장에서 ‘그 생각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고’라는 표현을 했다. 정신적인 병이 있다고 진단을 받은 저자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병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은 같은데 몸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에 대해서 병이 있다라고 하는 것일까?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병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런 범죄조차 용인하지 않나? 범죄의 용인이라는 말을 한 것은 범죄의
경중을 두고 한 말이다. 예를 들어 생계형 범죄와 강력 범죄 사이에서 우리는 범죄를 일정 정도 (각 개인의 기준) 용인한다. ‘그
정도의 범죄는 용서해야지’하면서.
그렇다면 정신에 병이 있음을 그리고 없음을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일탈행동을 한다. 그럼 이 상태에 대해서도 용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난 부분들을 적어봤다. 이 책은 선입견으로
접근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잘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선입견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글일지도 모르겠다.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