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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1995년 8월
평점 :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티벳 사자의 서, '바르도 퇴돌'은 삶과 죽음의 중간 단계인 바르도(중음, 중유)계에서 경험되는 과정과 그 심령적 현상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티벳 사자의 서가 다른 경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지혜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임종을 앞에 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지혜를 선사하고, 삶을 방황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그에 맞는 지혜를 선사하며, 천도 의식을 집전하는 승려나 장례에 관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지혜를 선사하며, 심리학자, 과학자에게도 그에 맞는 지혜를 선사하며, 이 경전에서 설하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인 "즉신성불(卽身成佛)"의 길을 걷는 금강승 수행자들에게도 적합한 지혜를 선사한다.
티벳 사자의 서에 대해서 중관철학을 중심으로 티베트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경전은 '티벳 사진의 서'로 불릴 자격이 없는 책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티벳 불교의 구파에 해당하는 '닝마파 사자의 서'일 뿐이지, 티벳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관철학의 핵심인 겔룩파 조차도 겔룩파의 교의에 맞게 변형된 '바르도 퇴돌'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들에 대해서도 이 티벳 사자의 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불교의 지식이 있어도 체험적 지혜가 없는 이들은 결국 바르도에서 방황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문의 논리에 스스로 해탈에서 고립하는 불교학자들의 모습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이 경전에는 불교가 아니라고 부정할만한 교리적 모순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중관철학의 극단적 부정에 스스로 함몰되어 있는 자들일 뿐이다. 겔룩파를 창시한 총카파 대사도 중관철학의 공성은 고정적 개념을 타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했다. 학자들 스스로 중관철학의 본질을 잃어버린채 자신의 덫을 만든 것 뿐이다.
요즘에 여러가지 종류의 티벳 사자의 서가 나오고 있지만, 라마 카지 다와삼둡의 번역본이 단연 으뜸인 것은 바로 그가 티벳 밀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카규파의 교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카규파 수행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주석에선 상징적 의미에 대한 불교적 가르침, 특히 금강승 불교(밀교)의 핵심을 오류없이 전달하고 있다.
영감이 있고 통찰력이 있는 독자라면 이 티벳 사자의 서가 어떤 불교 경전보다도 높은 지위를 얻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