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1
오형규 지음 / 한국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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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융합과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그 중에서도 인문학과의 융합 및 통섭은 다양한 학계에서 상당히 유효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그 동안 학문 간 절연으로 인한 폐해와 인문학이 다른 학문에 비해 가지는 상대적 순수성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체계를 잡은 대부분 학문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경제적 존재라는 전제를 지나치게 맹신한 나머지, 충동적이며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내 개인적인 의견은, 여타 학문과 인문학과의 융합이 주로 그 여타 학문에 대한 성찰 내지 반성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문화사에서 펴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시리즈는 이러한 인문학을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학과 융합하기를 시도한다. 작가는 국어국문학 및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신문 기자로 26년째 일하고 있는 오형규 씨이다.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새끈한 제목과 같이, 이 책은 대중들이 관심을 끌만한 신화, 역사, 소설, 과학, 영화 등의 인문학 소재를 경제학과 함께 재미나게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동안 몰랐던 여러 인문학적 지식들을 접할 수 있었고, 경제학적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자 출신 작가다운 읽기 쉽고 편한 글, 그리고 거기에 관련 이미지까지 곁들인 훌륭한 이미지, 이게 바로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반면, 아쉬웠던 점을 지적해 보자면, 앞서 서두에서 밝힌 대로 나는 학문간 융합 및 통섭의 본질은 '성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렇다기보다는 경제학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인문학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에 대한 합리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인문학으로부터 경제학 이상의 의미를 뽑아내는 데는 실패한 듯 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통섭과 융합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 따라 이 부분에 관한 의견은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령 신화나 역사, 과학에서 추구하는 학문적 내용을 가지고 경제학을 '재조명'한다기보다 신화, 역사, 과학에서 굳이 찾자면 찾을 수 있는 공통 분모를 억지로 찾아낸 듯한 인상이 조금 아쉽다. 인문학은 어떤 '소재' 또는 '대상'이라기보다 '성찰' 또는 '방법'에 가까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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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1~2 합본 - 전2권 - 스모 스티커 편, Novel Engine POP
마츠오카 케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키요하라 히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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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카 케이스케는 데뷔작 '최면'이 밀리언셀러가 되고, 최근 오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작 '천리안' 시리즈는 누계 628만 부를 넘는 등 떠오르는 일본 인기작가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 펴내는 만화책 권수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발매되는 전체 서적의 권수와 맘먹는다고 하니, 이런 치열한 일본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의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쓸까? 이게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을 처음으로 집어든 당시 나의 생각이었다. 제목에 '사건수첩'이 들어간다고 해서 까맣고 작은 수첩까지 함께 보내준 출판사의 센스도 돋보였다.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은 매우 매력적인 여성 감정사, 린다리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녀는 굉장한 기억력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말 그대로 '만능' 감정사이지만, 평상시에는 '지적인 여성'이라기보다 '순수하고 백치미 느껴지는 소녀'에 가까운 느낌이다. 심지어 모델로 오인될 만한 외모를 가진 소유자이기도 한데, 최근 일본에서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야세 하루카를 히로인으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예쁘장하면서도 귀엽고, 어딘지 모르게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아야세 하루카, 딱 맞는 배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은 1, 2권에서 하나의 사건을 그린다. 린다리코가 포착한 협의로 도시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려던 일당이 잡힌 지 하루도 안 되어서, 린다리코는 그 일당이 사실은 화폐 위조범을 붙잡기 위한 비밀 공작의 일환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일본 사회에 불어닥친 하이퍼 인플레이션, 경제 붕괴… 일본은 과거의 부귀영화는 뒤로 하고, 국민 각자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무정부상태로 치닫게 된다. 이에 린다리코는 수 차례 시행 착오 끝에, 타고난 정의감, 섬세한 관찰력, 사건에 대한 집중력 등을 발휘해 진범을 찾아낸다. 그 진범은 린다리코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으니, 이 부분이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의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의 수 차례 실패, 극적인 반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구성 역시 매우 입체적으로 해놓아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즉, 처음에 이 책은 린다리코가 조그만 섬의 열등생이었을 때부터, 어리숙한 기자인 오가사와라로부터 감정 의뢰 받은 때, 그리고 일본이 유례 없던 하이퍼인틀레이션으로 고통에 빠진 때를 각 기점으로 하여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간다. 과거의 얘기일 수록 이야기 진행이 더 빨라 나중에는 세 이야기가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구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뒤에 나올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책 구성과 편집이 읽기 편했고, 무엇보다 마치 만화책처럼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즐거웠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에는 소소한, 그러나 린다 리코가 아니면 풀지 못할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조만간 3권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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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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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떨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는 불행한 인간들에게 상당히 위로가 되는 책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가 독자를 위로한다거나 그럴 목적이 조금이라도 있는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 동안 착각하며 살았겠지만, 진실을 알 필요가 있어. 사실 너는 아무 의미도 없고, 시체 냄새 나는 인간에 불과해."라고 말하는 듯 하니까. 하지만 에밀 시오랑의 노골적인 냉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그의 말이 오롯이 '진실'이라거나 또는 그의 불행이 내게 상대적 쾌감을 주어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마 그에게서 나의 일부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때로 직면하게 되는 어둠과 고독의 심연, 그게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지어 이 지적인 철학자이자 수필가는 깊이있는 역사적 사실들과 철학적 사유들로 자신의 견해를 무장하고 있다. 그마저도 불성실하게 기술하고 있긴 하지만.

 

 

 

왜 그러시죠?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 운명에서 한 발짝 벗어났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제 어디를 향해 돌아설지, 무엇을 향해 달려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 p. 287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감정적인 동요를 가장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위에서 인용한,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에밀 시오랑은 이 책에서 내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인간들을 냉소하거나 인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전개해 오다가, 책의 말미에서 정작 자신의 불안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본문에서 인간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불안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 마지막 문장만큼 뿌리깊은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에밀 시오랑은 자신의 삶을 던져 끝없는 불안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면서도, 죽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 않는다. 삶을 일컬어 '죽음을 향한 연습'이라 일컬었던 플라톤이 삶을 전제로 죽음을 바라보았던 반면(이는 '삶을 위한 죽음'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에밀 시오랑은 삶이라는 게 과연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들은 탄생이라는 재앙으로 인하여 일생 동안 '자기 자신'을 버텨야 하는 불공평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 사실을 잊으려 안간힘을 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태어나는 첫 순간에 근원을 둔 어떤 공포가 미래에 투사된 것일 뿐이다. 

물론 태어남을 재앙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태어남이야말로 최고의 선이고, 최악의 것은 우리 생애의 시초가 아닌 종말에 있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불행, 진정한 불행은 우리 앞이 아니라 우리의 '뒤'에 있다. 그리스도는 그것을 간과했고 부처는 그것을 간파했따. "만일 세 가지 괴로움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오, 제자들이여, 여래도 이 세상에 오지 않으리라." 이렇듯 삼고를 말한 부처는 그 중에서도 늙음과 죽음보다는 태어남을, 모든 불완전과 환난의 원천인 태어남을 먼저 꼽고 있다

- p. 10-11

 

에밀 시오랑의 말이 일부 참이라면, 인간들은 실제로 다양한 세속적 가치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을 살고 있으며, 기실 인생은 기쁨보다는 고통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아프다. 이러한 명제를 거부하고 싶어하는 부류들도 살면서 자신의 책임 없이 짊어져야 했던 무수히 많은 불행들, 그리고 지금 당장 사소하게 겪고 있는 불편함들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밀 시오랑은 니체, 쇼펜하우어, 불교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사상들 그리고 에밀 시오랑에 따르면 고통의 근원은 바로 무지, 집착, 또는 분별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분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이 책에서 '이해' 또는 '인식'이라는 불리는 것은 아마도 존재를 구분하기 시작하는 '분별심'을 이를 것이다. 태어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분멸심을 갖게 된 에밀 시오랑은 "태어나지 않은 상태를 상상만 해도 크나큰 행복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에밀 시오랑이 1995년 사망에도 이러한 신념을 유지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는 두 차례 저명한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였고, 자기 자신을 철저히 고독 속에 두었으니까. 다만, 에밀 시오랑은 신이 인간들이 택하는 일종의 자위라고 하면서도, 실은 '종교'에 대해 굉장히 의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시오랑의 부모가 종교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종교야말로 죽음에 대한, 인간들이 취하는 가장 진지한 대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밀 시오랑의 말처럼 우리가 타고나길 이 세상에 무자비하게 던져졌고, 우리 삶이 행복하기보다는 불행하기 쉽다고 하더라도, 꼭 인생 전체를 불행함으로 채워야 할 필연적인 이유라도 있을까? 운명이 우리의 삶을 상당 부분 이끌고 규정하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감정적 대응만큼은 우리의 선택이 아닐런지. 이를 에밀 시오랑 식으로 입증하자면, 에밀 시오랑 본인의 불행은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스스로 끊임없이 불행을 변론하면서 만들어진 측면도 있지 않은가? 인생에서 모든 것이 믿음에 근거한다면, 우리는 그나마 덜 불행한 쪽의 믿음을 택할 수도 있다. 

 

 

물론 불행은 안전하다. 왜냐하면 불행이 요구하는 최대한은 기껏해야 자신의 목숨이고, 불행을 위한 이유는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 반면, 행복은 이를 획득하기 위해 성실함과 용기를 필요로 하며, 차후에는 잃을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왔다 가는 이 얄미운 '행복'이라는 녀석을 감내해야 한다(생각만 해도 귀찮을 일이긴 하다).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선택 역시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결정한 뒤 실천할 수 없다면? 그때는 말 그대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뭘 고민하나. 내가 가진 돈이 적다고 해서 계속 불평만 하는 쪽과, 그 돈을 가지고서라도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쪽과, 어느 쪽이 나은지는 자명하다(내가 돈을 예로 든 것을 가지고 에밀 시오랑은 역시 '천박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불행할 이유 가득한 세상에서 에밀 시오랑의 책은 우리가 가진 어둠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우리를 위로해준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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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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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에서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Top10"로 꼽히기도 한 데니스 루헤인

범죄 느와르 소설의 대가이며,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살인자들의 섬>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데니스루헤인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만 보더라도 느와르 관련 그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서 말한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아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을 하였고,

<셔터 아일랜드> 역시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리브 바이 나이트>로 데니스루헤인은 2013년도 애드거 상 최고 작품상을 받았으며,

이 작품 역시 <아르고> 등으로 이미 감독 반열에 오른 벤 에플렉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입니다.

 

 

 

1919년부터 시행된 금주법(the prohibition law)은 미국 내 술의 제조, 판매, 운반, 수출입을 금지하였습니다.

금주법은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법의 취지와 정반대로, 밀주, 밀수 등의 불법적인 방식을 확대시키고 범죄 조직의 배를 불려,

범죄 조직들이 사회의 한 세력으로 형성되도록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불법적인 밀주, 밀수로써 거래된 술이 360억불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지요?

그래서 미국에서 처음에는 이 금주법을 '고귀한 실험(noble experiment)'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에 와서는 '허무맹랑한 발상'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데니스루헤인의 글을 이번 <리브바이나이트>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는데요,

(느와르라는 장르에 딱히 취미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서요. 다만, 역사 이야기는 좋아합니다)

참 쉽게 읽히면서도! 한 인물과 그 당시 역사의 흐름이 무게감 있게 잘 다가오더라고요!

범죄 조직, 폭력과 음모에 관한 소설답게 흐름이 다소 긴박하고 거침없이 전개되는 부분은 있는데,

낭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스스로를 '치외법인'으로 규정하는 주인공 덕분에 숨이 차지는 않아요.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면, 조 커그린은 경찰관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집을 뛰쳐나와

갱들이 지배하는 밤의 세계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다 어떤 여인을 만나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지요.

여기에서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할게요. 그런데 이 <리브바이나이트>,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에요. 

느와르 장르 자체가 아무래도 남자들 얘기인데다, 사람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편하지만은 않아서 잘 안 읽었는데,

데니스 루헤인의 <리브바이나이트>를 읽고나니 느와르만의 치명적인 매력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믿고 보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리브바이나이트>를 읽고 저랑 같이 느와르의 매력에 한 번 빠져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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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비룡소 창작그림책 47
이기훈 지음 / 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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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만약 내가 외계인을 만난다면 과연 어떤 수단으로 우리 인류 문명을 소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다가, 수학, 무용, 음악, 언어, 그림 정도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중 특히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인간의 내면 깊숙히 들어있는 어떤 '혼' 같은 것을 보여주기에 더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에 행운으로 보게 된 이기훈의 <빅피쉬>는 글 없이 오로지 그림으로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이야기를 보여준다. 글 없이 던지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진짜 메시지 전달이나 명확하게 될지 의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 그린 그림이 던지는 감동은 내면 깊숙히 들어있는 어떤 것을 탁 하고 건드리는 느낌이고, <빅피쉬>가 그랬다. 마치 2시간 가량 명작 영화를 보고난 듯이.      


<빅피쉬>는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이기훈이 그렸다. 2009년 CJ 그림책 축제, 2010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고, 2013년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 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 앞에서 그 그림에는 과연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도 싶었다. 지금에 와서 그점을 말하자면, 그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듯 하다. 


<빅피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성서에서는 노아를 사랑한 하느님이 노아에게 미리 귀뜸하여 노아로 하여금 방주를 짓게 하고 일부 생명들을 살리고서 마지막에 심지어 무지개를 선물한 반면, <빅피쉬>에서는 인간들이 자연과 대립 구도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방주 위 동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선택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 무언가가 던져지면서 처참하게 죽는다. 

 

<빅피쉬>에서 인간들이 거역하여 화를 부른 대상은 어떤 인격신이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즉, 빅피쉬가 맨 정상에서 물을 뿜어내고 다른 동물들은 그 아래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자연 상태 그 자체.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든 무기 또는 설치물로써 자연을 가두려고 하지만, <빅피쉬>는 이러한 인간들에게 단호히 죽음이라는 징벌을 부과한다. <빅피쉬>는 어찌 보면 환경주의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문명에 대해 상당히 지엄하면서도 무서운 경고 (내지 협박)을 하는 듯도 싶다.

 

우리에게 "자연의 무서움을 알라"라고 말하는 <빅피쉬>는 매우 세밀하면서도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일러스트만으로 우리의 내면 깊숙히 어떤 '혼' 같은 것을 탁 건드린다. <빅피쉬>를 읽고나니 (글을 읽는) 기존 독서 방식 이외에 (그림을 읽는) 새로운 독서 방식에도 눈을 뜬 듯 하여 기쁘고, 앞으로도 훌륭한 일러스트 작가를 많이 찾아서 보고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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