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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47
이기훈 지음 / 비룡소 / 2014년 1월
평점 :
일전에 만약 내가 외계인을 만난다면 과연 어떤 수단으로 우리 인류 문명을 소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다가, 수학, 무용, 음악, 언어, 그림 정도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중 특히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인간의 내면 깊숙히 들어있는 어떤 '혼' 같은 것을 보여주기에 더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에 행운으로 보게 된 이기훈의 <빅피쉬>는 글 없이 오로지 그림으로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이야기를 보여준다. 글 없이 던지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진짜 메시지 전달이나 명확하게 될지 의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 그린 그림이 던지는 감동은 내면 깊숙히 들어있는 어떤 것을 탁 하고 건드리는 느낌이고, <빅피쉬>가 그랬다. 마치 2시간 가량 명작 영화를 보고난 듯이.
<빅피쉬>는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이기훈이 그렸다. 2009년 CJ 그림책 축제, 2010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고, 2013년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 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 앞에서 그 그림에는 과연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도 싶었다. 지금에 와서 그점을 말하자면, 그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듯 하다.
<빅피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성서에서는 노아를 사랑한 하느님이 노아에게 미리 귀뜸하여 노아로 하여금 방주를 짓게 하고 일부 생명들을 살리고서 마지막에 심지어 무지개를 선물한 반면, <빅피쉬>에서는 인간들이 자연과 대립 구도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방주 위 동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선택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 무언가가 던져지면서 처참하게 죽는다.
<빅피쉬>에서 인간들이 거역하여 화를 부른 대상은 어떤 인격신이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즉, 빅피쉬가 맨 정상에서 물을 뿜어내고 다른 동물들은 그 아래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자연 상태 그 자체.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든 무기 또는 설치물로써 자연을 가두려고 하지만, <빅피쉬>는 이러한 인간들에게 단호히 죽음이라는 징벌을 부과한다. <빅피쉬>는 어찌 보면 환경주의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문명에 대해 상당히 지엄하면서도 무서운 경고 (내지 협박)을 하는 듯도 싶다.
우리에게 "자연의 무서움을 알라"라고 말하는 <빅피쉬>는 매우 세밀하면서도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일러스트만으로 우리의 내면 깊숙히 어떤 '혼' 같은 것을 탁 건드린다. <빅피쉬>를 읽고나니 (글을 읽는) 기존 독서 방식 이외에 (그림을 읽는) 새로운 독서 방식에도 눈을 뜬 듯 하여 기쁘고, 앞으로도 훌륭한 일러스트 작가를 많이 찾아서 보고픈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