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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열대
유재현 지음, 김주형 그림 / 월간말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열대 과일' 하면, 제일 싸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과일, '바나나’만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7년여 동안 동남아시아 여행을 오가며 오직 과일로만 허기진 배를 채워왔다는 작가 유재현은 온갖 달콤한 열대 과일들과 이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친절하게 신선한 열대 과일 고르는 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써먹을 일이 별로 없겠지만, 동남아시아로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은 참고하면 좋겠다. 부록에는 동남아시아의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 별로 열대 과일 이름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은 태국에서는 `투리안`으로 불리고, 베트남에서는 `써우리엥`으로 불린다고. 이 책만 있다면,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먹고 싶은 열대 과일은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겠다.
파인애플, 망고스틴과 같이 잘 아는 열대 과일부터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열대 과일들부터 모두 차롇로 소개되어 있다. 가로로 자르면 별 모양이 되어서 이름 붙여진 '스타프루트',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날아간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용과' 등은 우리에게 특히 낯선 열대 과일이다.
강렬한 냄새로 싱가포르 전철에서는 반입 금지 식품이라는 두리안은 철퇴 같이 딱딱한 껍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울퉁불퉁, 딱딱한 껍질 속에는 강렬한 냄새와 함께 기막히게 달콤한 노란 속살이 감추어져 있어, `과일의 왕`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리안이 `과일의 왕`이라면, 망고스틴은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망고와는 그 생김새도 맛도 전혀 다르다. 알고 보니, 망고스틴이란, `망고 따위는 내 발이야`라는 뜻으로 흔하게 널린 망고와는 견줄 수 없는 귀한 과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망고가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흔하게 널린 과일이라니 의외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열대 과일, 파인애플에 얽힌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유명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파인애플 통조림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5월 1일까지 애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5월 1일이 유효기간인 파일애플 통조림을 계속 사 모은다. 결국 그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그는 서른 개의 파일애플 통조림을 그날 하루에 모두 먹어 치운다. 배탈이나 안 났을지, 걱정이 절로 든다.
알고보니, 파인애플에는 단백질 소화를 돕는 브로멜린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고기를 먹고 난 뒤에 먹으면 좋지만 공복에 먹으면 오히려 위벽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열대 과일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풍부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어 재미와 실용성을 한꺼번에 잡은 책이다.
열대 과일을 이용한 맛있는 음료 레시피도 여럿 실려 있었는데, 파일애플과 오렌지 그리고 생강을 넣고 갈아 만든 파인애플 주스의 맛이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는 화가 김주형의 오색찬란한 디지털 판화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맛과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생생한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화가 김주형의 작품들은 싸이월드 홈페이지(www.cyworld.com/kocdu)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