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여행, 길 위에서 꿈을 찾다
이시가와 나오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한 31살 청춘, 이시가와 나오키의 여행 에세이는 목차만으로도 비슷 비슷한 여행 책들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곱 대륙의 최고봉 오르기, 카누로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건너기, 열기구로 태평양 횡단하기, 알래스카, 북극에서 남극으로 대륙 횡단하기 

이렇게 남들과는 다른 미지의 땅을 밟게 된 여행의 뒷 얘기는 더더욱 흥미진진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싸구려 텐트와 침낭을 들고 일본 전국 곳곳을 훑고 다녔다고 한다. 이렇게 여행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다름 아닌 '독서`였다. 온갖 책을 읽으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수업은 듣지 않고 혼자서 책을 읽었다. 다양한 장르의 책과 접하면서, 책 속에 묘사된 풍경을 직접 보고 싶고, 그 속에 잠겨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세계사 선생님이 들려준 인도 여행 이야기에 매료되어 일본 밖으로 처음 내딛었다. 
 
"싸구려 여관에서 자며 카오스와도 같은 인도의 거리를 걸어가는 광경을 모사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는 무슨 수를 쓰든 인도에 가리라 마음 먹었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가고 싶었고, `아마`가 아니라 `반드시`가리라 다짐했다."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이삿짐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싱가폴이나 일주일 다녀오라”며 반대하는 부모님께는 방콕을 경유해서 싱가폴에 가겠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방콕에서 인도행 비행기를 탔다.
 
혼돈의 땅, 인도에서 그는 실망하고 상처 받으면서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온갖 경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이를 통해서, 그는 '나’라는 존재를 비로서 뚜렷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이후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돈이 모이면 여행을 떠나는 일을 반복했다. 여행 계획서를 들고 출판사나 잡지 편집부를 찾아가 취재비를 미리 받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여행 책을 내고 그 인세로밀린 빚을 갚고는 다시 무일푼으로 돌아가는 삶의 반복이었다. 

이후로 십년 이상 세계 곳곳을 탐험한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조건, 지금 당장 떠나라'고 외치지 않는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좁고 작은 세계에서, 그 앞에 펼쳐진 커다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통 큰 사람은 굳이 떠날 필요도 없단다. 그저 여행은, 세계를 경험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
 
여행이 최고라고 결코 외치지는 않지만, 그의 여행 체험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 상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담았다. 그의 여행기에는 장면 장면, 생생한 감각이 살아있어,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른다. 저자가 직접 찍었다는 수준 급의 사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인상깊었던 저자의 여행 감상을 소개한다.
 
▲북아메리카 최고봉, 데나리 산을 등정하면서
몸은 한계에 달했는데도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에 환희를 느꼈다.
`POLE TO POLE`,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 종단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세계 7개국에서 선발된 여덟 명의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삶에서 가장 농밀한 시간이었다.
 
▲백야의 남극점에서
각국의 원정대가 가져다 놓은 책이 하나 둘 모여 남극의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일상과 동떨어진 극지에서 다운재킷을 껴입은 채 책을 읽으며 앞으로 이어질 험난한 원정길에 대비해 힘을 비축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어느 순간, 말할 수 없는 환희가 일어났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며
다음 한 발자국을 잘 못 내디디면 목숨이 위태로운 곳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그런 곳에 있으면 난 너무 행복하다. `아주 대단한 장소`에 내가 와 있다는 감각이 솟구쳐 오르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환희가 솟구친다.
 
▲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사타왈 섬에서 전통 항해술을 배우며
옛날부터 전해오는 `별의 항해`의 지혜를 원어 그대로 배웠다. 6미터짜리 작은 카누에 열 명이 올라타 태평양을 건넌다. 물이 떨어지고 나날이 증폭되는 불안 속에서,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항해술을 내 눈으로 확인하다.
 
▲열기구 타고 태평양 횡단하기
반년 간 주말 마다 훈련을 받고 열기구 자격증을 취득. 열기구 모험의 제일인자인 간다 미치오 씨와 높이 36미터, 최대 직경 26미터, 35명이나 되는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열기구 은하수 2호에 오르다. 실패로 끝났지만, 하늘을 향한 동경이 언젠가 내 앞에 길을 열어 주리라 기도한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여행 정보(편안한 숙소, 맛집, 교통편 등)는 없지만, 여행을 꼭 떠나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엔 이 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