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의 행복
루스 라이클 지음, 이혜진 옮김 / 달과소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유명한 음식 평론가 루스 라이클이 쓴 <사과 한 알의 행복>에는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 가리비 파스타 등 독특한 레서피들이 30가지나 소개되어 있다. 책 내용의 반 이상은 와인을 비롯한 각종 식품 정보 등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요리 에세이라기 보다는, 달콤 씁쓸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한 접시의 요리를 통해 깊은 상실감을 치유하고 새롭게 인생과 사랑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결혼, 혼외정사, 아버지의 죽음, 이혼, 재혼, 그리고 불임과 입양까지, 작가가 직접 겪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담겨있다.  

그녀의 인생에는 모두 3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첫 번째 남자는 대학 시절에 만난 첫사랑, 더그이다. 서로를 발견한 행운에 경탄하고, 결혼 생활까지 지난 11년 동안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온 사이이다. 하지만, 더그는 아이보다는 작품 활동이 먼저였다. 지향점이 다른 두 사람의 대화는 갈 곳 없게 되었다.  

혼자만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루스가 선택한 것은 지글거리는 버터에 지져낸 쫀득한 게살 케이크였다. 그녀에게는 단순한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가 담긴 요리이다. 한 입 베어 물자, 마음 깊이 만족감이 밀려오지만, '그와 함께였다면'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더그의 빈자리는 두 번째 남 콜먼이다. 요리 잡지사 편집자로서 최고의 미식가임을 자랑하는 콜먼은 온갖 산해진미와 최고급 와인을 맛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매일 66년산 크루그 샴페인과 푸아그라, 볶은 달걀을 얹은 송로버섯 등 묵직하고 느끼한 음식들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루스에게 더그는 여전히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 '밥'같은 존재였다. 더그가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 더그와 콜먼, 두 남자 사이를 오가던 그녀 앞에 드디어 사과같은 남자, 마이클이 등장한다.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만드는 재수덩어리, 마이클은 남성미 넘치게 잘 생겼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에게는 그녀를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인생을 바꾸어놓을 사랑을 예감한 루스는 주방에 몇 시간이고 서서,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얼음물에 고구마 파이 반죽을 만든다. 하지만, 차디찬 얼음물도 그를 향한 열망을 잠재우지 못했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최고의 레시피, 버섯 수프도 소용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는 사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법을 아는 사람, 마이클을 통해서 루스는 결국 `더그 없는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낸다. 사과 같은 남자 마이클과 함께라고 해서 인생에 고난이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었다. 루스와 마이클이 함께 걸어 온 인생길에는 불임과 입양 등 수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험난한 인생 길 속에서 그녀가 찾아 낸 `사과 한 알의 행복`은 변함없다. 

"가끔은 최선을 다하더라도 충분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럴 때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만 해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깊은 절망과 슬픔, 방황 끝에 얻은 사과 한 알 같은 인생의 소박한 행복이 누구나 공감할 만하며, 생각 외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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