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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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존재할까? 저자는 현실과 상상, 안과 밖,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살펴보며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물결의 움직임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지는 비디오 아트, 〈무빙 스틸니스 : 마운트 레이니어 1979〉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한 빌 비올라의 작품이다. “'산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48쪽)라는 작가의 설명은 우리가 언제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다 번번이 실패하고 만 산‘에서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춤추던 산‘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체르토사섬의 청각 예술은 연속된 시간 속에서 지금을 오롯이 감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숲속의 나무들마다 설치한 스피커로부터 나무, 땅, 동물 등 ‘자연의 대화‘를 흘려보내는 이 프로젝트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소리의 의미와 맥락이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에, 내 몸이 곧 서로 다른 상태 사이의 ’문턱‘ 역할을 한다.“(97쪽)

예술작품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가 된다. 외부와 내부, 타인과 나, 삶과 죽음 등 다양한 관계를 표현한 이우환의 〈관계항〉은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의 개인전 《레퀴엠》이 ’알리스캉‘이라는 고대 공동묘지에서 열린 데에도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 사이의 대화“(119쪽)라는, 관계를 향한 열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물결이 일렁이듯 흘러가는 대로 우리를 맡기는 경험, 이를테면 감각에 집중하는 일, 타인과 연결되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 다양한 공간 속에서 사색하는 행위 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온전히 ‘나’의 일부가 되어 어제와 오늘, 내일의 나를 만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가능케 하는 영역에 바로 ‘예술’이 자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예술가 #현대미술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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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윤은주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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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권력다툼으로 혼란스러운 시대, 인간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정치적 행위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을 “본성적으로 정치적인, 정치적 인간”(31쪽)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공동체에 속하면서도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나’의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아렌트에게 소통은 곧 정치적 행위를 의미했다.

그러나 다름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등장은 이러한 정치적 행위를 무력화했다. 전체주의의 폭력성은 인간을 기계처럼 획일화하고, 나아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을 빼앗는다.
그렇다면 전체주의가 사라진 오늘날은 어떨까? 부의 획득을 최우선으로 두려는 사회 현상과 경제적 빈곤은 인간의 존재를 노동의 행위자로 축소한다. 전쟁과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강제하는 권력의 힘은 다양성을 파괴하고 자유를 제한하며 정치적 행위를 가로막는다. 이렇듯 ‘전체주의의 망령’은 한나 아렌트가 경고한 것처럼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아렌트가 강조했던 정치적 행위의 본질은 대화다.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은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에서 비롯된다. 여기에서의 ‘생각함’과 ‘말함’은 폐쇄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사유와 독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공론장에서의 소통 행위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편향되지 않게 듣는 태도를 전제로 한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의 확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발휘된다.

“정치적 행위 주체의 목적은 … 다양한 사람과의 공적 담론을 통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다.”(95쪽)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이 ‘나’의 존재를 증명해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이 더욱 귀중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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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 - 20세기 소녀의 레트로 만화영화 에세이
백설희 지음 / 참새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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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요정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카드캡터 체리〉, 〈꾸러기 수비대〉 등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영화들을 다룬 에세이다. 옛 기억 속에서 먼지와 함께 잠들어 있던 만화영화의 이름이 등장할 때면 나는 여지없이 그때 그 시간과 장소로 가 있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자신이 세일러문을 좋아했던 까닭은 무엇인지, 왜 해리 포터보다는 빨간 머리 앤이 되고 싶었는지, 〈천사소녀 네티〉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하며 독자들을 설득한다. 눈앞에 그려지듯 선명하고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은 개인 차원의 기억을 넘어, 동시대를 경험했다는 보편적인 공감대로 독자들을 이끈다.
게다가 만화영화의 감독과 제작사, 작화와 관련된 비하인드까지 줄줄 꿰고 있는 저자의 치밀함 덕분에 전혀 관련 없어 보였던 만화 간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면 퍼즐을 맞춘 듯한 명쾌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는 매번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후 독자에게 당신의 경우는 어땠는지 질문을 건넨다. 그중 가장 첫 번째 질문, “그러니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나요?”(13쪽)에는 내가 그랬듯 당신도 시간을 거슬러 가볼 것을 제안하는 다정함이 담겨있다.
이를 기점으로 “엄청 좋아했지만 지금은 잊고 사는 것들”(13쪽)을 떠올리며, 나의 시작을 되짚어가는 나만의 추적극이 시작된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어린 시절의 설렘과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연연한 마음이 교차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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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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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어떤 진화를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가? 그 과정에 영향을 준 요소들은 무엇인가? 인간 얼굴 형성의 기원을 파헤치기 위한 여정은 척추동물이 탄생했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유전학의 관점으로 다양한 생물체들의 얼굴 형성 과정을 비교 분석하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추적해 나간다.

얼굴의 형성에서 눈, 코, 입과 같은 주요 감각 기관들이 근접하게 자리한 까닭은 먹이를 찾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두뇌가 얼굴과 가까운 이유도 받아들인 감각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함이다. “결국 동물이 성공적인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얼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214쪽)
그러나 인간 얼굴의 진화는 먹이를 찾기 위한 목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실제로 눈동자와 흰자위의 구분은 “자신이 응시하는 방향을 타인이 알 수 있게” 했으며, 짧아진 주둥이와 얼굴 털의 감소는 표정의 변화를 더 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진화와 더불어 인간의 두뇌가 발달한 계기에도 언어적, 비언어적 형태의 상호작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인간의 얼굴이 “의사소통 도구”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도구로서의 얼굴 형성이 오직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이라면, 이는 인간이 지닌 고유한 특성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생물체들의 얼굴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중에서도 인간의 얼굴은 왜 지금의 모습으로 선택되어 진화했는지 살펴본 이야기는 꽤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명료해 보인다. 인간 얼굴의 사회적 기능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점은 인간이라는 종이 ‘하나의 집단’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성이 인간의 얼굴을 지금의 형태로 이끌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협력하는 인간의 본성은 타인을 배척하고 파괴하는 집단적 광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은 하나의 종이라는 관점과 더불어, 인간의 특성인 의사소통 기능을 발휘해 연대와 화합을 추구해야 한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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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 - 영원한 불확실성 현대 예술의 거장
디트마어 엘거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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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과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세계를 다룬 책이다. 수많은 회화와 사진 작품을 남긴 리히터는 한 가지 기법에 매몰되지 않은 다채롭고 비전형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실재와 환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세계를 형성했다.

리히터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신의 창작물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의견도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그는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보다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아차렸다.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매개체가 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어떠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던 리히터의 열망은 모호함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드러났다. 이는 작품 속에서 의도를 제거하거나 숨김으로써 믿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의도적으로 확인하려는 시도이자 자신의 진심을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의 표출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치 정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전쟁과 폭력을 경험했던 리히터는 이데올로기에 영향받지 않는 예술가로서, 더 나아가 오직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를 원했다. 평생을 정치적 상황과 거리를 두며 객관적인 태도를 고수했던 그였지만,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비극성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이러한 심리는 그가 그린 풍경화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리히터는 목가적인 풍경화를 통해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림으로 구현한 허구적 공간일 뿐임을 표현했다. 이는 좀 더 본원적인 차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그들의 시선이 상상 속이 아닌 지금의 현실을 마주하도록 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유령의 형체처럼 불분명하고 희미한 세계를 추구하던 예술가였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언제나 진실한 자세로 작품에 임했다. 불확실성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거듭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발전해 나간 인물이었다. 그에게 불확실성이란 곧 다양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모든 것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 동시에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그림이 더 아름답고 더 영리하고 더 비정상적일수록 불가해한 현실을 더 생생하고 불가해하게 묘사하며, 더 나은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558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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