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빛과 공기의 고마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물어보는 노신의 글이 있다. 노신의 이러한 비유는 70년대와 80년대 우리 나라의 정치상황에 잘 들어맞아 자주 인용되곤 했었다. 아무도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던 바로 그 시절 빛과 공기의 고마움을 알게 해준 < 전환시대의 논리 >가 책상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잔뜩 머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대학시절 내내 신선한 청량감처럼 다가오던 이영희 교수의 책이 어느덧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져가는 건 아닐는지 사뭇 두려움마져 들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명언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바 있는 이영희 교수의 글은 정확한 주변 정세 인식과 통찰을 날카로운 독설로 담아내곤 했는데 요즘에와서는 통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이 궁금하다< 전환시대의 논리>가 저자가 애초에 바라던 것 처럼 시대가 진보하여 자연스럽게 초극(超克)된것이라면 기쁜마음으로 책을 폐품처리 할 수 있겠지만 먼지를 훅훅 불고 털어 펼쳐든 책에는 단락마다 글자들이 여전히 살아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래서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던가? 21세기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싶어진다 책이 나온 당시라면 별다섯에 아낌없이 값하지만 지난 세월의 두께가 있는만큼 초극되어 감가상각된것 만큼 별하나 아깝지만 빼야겠다. 이영희 교수라면 기꺼이 별 하나에도 만족할 수 있으리라 빛과 공기의 고마움은 감옥 바깥이라면 별 하나의 값어치만해도 족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