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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작년 겨울, 저의 책태기를 끝내준 책이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었어요.
과거의 일부를 찾아 현대와 이어주고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 그 책 덕분에 갑작스런 책태기도 자연스럽게 끝나고, 고고학에도 강인욱 교수님의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반가운 신간 소식이 들려왔어요.
<테라 인코그니타>입니다.
'테라 인코그니타'는 미지의 영역, 미개척 영역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라고 해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가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 알려지지 않은 주변의 모르는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었다고요. 발음도 너무 예쁘고 뜻도 신비로워서 마음에 들어요.
책 표지도 넘 예뻐요~~ (출간 전 표지 선정 투표에서 제가 투표했던 표지입니다요! ㅋ)
당시의 '테라 인코그니타'는 이제 많이 밝혀졌겠지만,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가 알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테라 인코그니타'를 사용했어요.
강인욱 교수님을 비롯 전세계의 고고학자들의 사명은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테라 인코그니타와 현대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점을 잇는 것이겠지요.
제가 학교에서 역사 교과서를 배우던 때 이후로도 계속적으로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이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역사의 정립이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의 교정이 있었을 거예요. 이 책에서는 비교적 최근 연구까지도 모두 다루고 있어서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아, 나는 정말 주입식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이었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네요. 책에 무슨무슨 문명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문명이라고는 황하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 정도만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외우고 있었지 다른 문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진짜 없었어요. 4대 문명이라고 비교적 알려진 것을 중요하게 배우니까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되잖아요? 그렇게 덜 알려진 것이 야만과 미개, 또는 무지라는 편견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작가님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어요.
한국사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라 그런가 더 진지하게 읽게 되더라고요.
내가 여행 갔다온 곳을 티비나 영화에서 보면 더 신기한 것처럼, 내가 알고 있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내가 다녀온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나올 때면 더 흥미로웠고요. 무엇보다 제가 오래 전에 중국 여행 하면서 다녀온 '싼싱두이(삼성퇴) 박물관'의 유물들이 '싼싱두이 문명'의 유적으로 연구되고 있다는 부분은 정말 반가웠어요. 싼싱두이 박물관에서 제가 본 유물들은 정말 너무 놀라워서 아직도 중국 여행 중 손꼽히는 인상적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거든요. 당시 그 유물들이 너무 신비로워서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에 대해 너무 깊이 감화되어 이건 정말 외계인이 왔다고 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외계인 아니고 인간의 조상이 만든 거 맞나봐요.
현대의 우리가 고대 문명을 보면 정말 이렇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것들이 많잖아요. 지금의 과학 기술이 없을 텐데,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하지 못한다는 건축물이나 제련술, 세공술, 천문학적 지식 이런 거요.
이런 걸 보면, 인간은 크게 변하거나 진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책에서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인 역시 고대인처럼 아름다움을 위해 신체를 변형시키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황금의 나라를 탐욕하고.... 인간의 욕망이 발전을 가져온 면도 없진 않겠지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미개하다고 치부하는 것도 여전하기도 하니까요.
시간은 단절되어 이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 흐르는 거잖아요. 지금 우리는 과거의 인간을 우리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데 사실은 그들의 자식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자식을 낳아 현재 우리가 있는 거니까..... 그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이고, 그들의 역사가 주는 의미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분명히 유효할 텐데.. 여전히 인간의 어리석음이 욕망의 옷을 입고 편가르기를 계속하고 있네요.
현재 전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팬데믹을 보며 작가님은 '거대한 문명의 쇠퇴와 새로운 문명의 등장을 실시간으로 보는 듯(8쪽)'하다고 하셨어요.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를 더 먼 미래의 다른 문명의 후손들은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요.
그때의 인류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잘 받아들여 평화롭게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