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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나는, 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슝둔 지음, 김숙향.다온크리에이티브 옮김, 문진규 감수 / 바이브릿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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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다양한 이유로 각기 다른 시기에 죽음을 맞이하지만.

대개는... 나이가 들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노후대책 같은 이야기도 하는 거고..

또는 나는 장수하고 싶지는 않다. 70이나 80까지만 살고 싶다... 뭐 이런 이야기도 하는 거고.


다들 그렇게 막연한 믿음을 갖고 살고 있을 텐데,

어느날 갑자기 큰병이 찾아온다면.....


과연 나는 웃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가 관심을 갖게 했다.


<스물아홉 나는, 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비록 이 제목은 한국에서 번역해서 출판하며 새로 지은 제목이고

원제는 '꺼져줄래 종양군!'이라지만

그 제목에서도 작가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보인다.

 

작가는 중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에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병에 걸렸고

일 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 일 년 간의 투병 일지...

결말을 미리 알고 보는 책이라 재미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안타까움이 계속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투병 생활을 인터넷에 연재하며 화제가 되었는데.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내 미소가 세상의 먹구름을 걷어내주길 바랄게, 당신을 위해!"라고 말하는

그 예쁜 마음씨가... 더더욱 슬펐다.

스물아홉, 나는 스물 아홉 때 무얼 하고 있었던가.

대학원 과정 마치고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바뀐 낯선 환경에서, 갑자기 내게 주어진 엄청난 업무량에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그때 나는 작가처럼 내가 처한 상황을 ​밝게 받아들이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 같은 건 찾을 수가 없었는데....​

 

첫장부터가 웃겼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웃음이 나게 그렸다.

병원에 가서도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메이크업과 의상에 신경쓰고

의사 몰래 병원을 나가서 놀다오고

잘생긴 의사에게 관심을 보이고...

슝둔의 병원 일상도 너무 재미있어서 웃으며 읽다가...

처음으로 큰 고통이 찾아온 순간.

갑지가 눈물이 솟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그렇게 울컥하게 만들었다가 또 웃게 만들고.

그러다가 또 슬프게 만든다.

딸을 간호하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에 자꾸 감정이입이 되고....ㅠㅜ

그 와중에 좋은 점을 찾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도 기특하고 장하다.​

자신이 아픈 바람에 친구들이 다 모일 수 있어서 전화위복이라니....ㅠㅜ

 

이런 사람이 좀더 오래 이 세상을 살았어야 했는데.

넘 안타깝다.


하지만 죽기 전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슝둔의 긍정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지고 있으니,

나도 그 영향을 받았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맞겠지.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지만

윤태호 작가의 추천사가 딱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저자의 불행으로 위로받으려는 나는 얼마나 초라한가.

하지만 아니, 그렇지 않다.

눈물나게 웃으며 컷을 따라가다 보면

희망을 목격하고 확이하는 나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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