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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문제로 아이와 싸우지 않는 훈육법
마틴 라지 지음, 하주현 옮김 / 황금부엉이 / 2016년 8월
평점 :
하라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밖에" (마루로 나가자는 말)
마루에 나오자마자 하는 말은 "디즈니주니어" (디즈니주니어 채널 틀어달라는 말)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집에 있는 시간에는 거의 TV를 켜놓고 본다.
주말에는 하루종일 TV 보는 걸 못하게 하려고 외출하는 지경.
그동안은 '우리는 적어도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쥐어주지 않는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식당이나 지하철 안에서 아이가 스마트폰 덕분에 조용히 하는 모습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이런 우리집 모습을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본다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하겠네.
하라가 집에 있는 동안 TV를 켜놓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문제성은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너무 괴로웠다.
아이에게 너무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TV문제로 아이와 싸우지 않는 훈육법>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행동과학자라는 마틴 라지의 저서이다.
책의 목차만 대강 살펴봐도...
TV가 얼마나 아이에게 유해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TV를 켜는 순간 뇌의 기능은 꺼진다.
TV는 마약과 같다.
TV는 아이들의 언어능력, 놀이능력, 창조력, 상상력, 집중력을 앗아간다.
TV는 폭력성과 반사회적 행동을 키운다.
TV는 신체적인 건강에도 이상을 준다.
등등 TV의 해악은 이루 말할 것 없이 많고.
이 책이 괴로운 건 그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 무수한 연구자료와 실험 결과와
현장 교사, 학부모들의 경험을 통한 증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한마디가 와닿았다.
"Set Free Childhood"
아....TV는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하고 결정적인 시기인 어린시절을 가두는, 나쁜 놈!
그리고 TV나 컴퓨터 등의 미디어가 교육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 학교에도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될 확률이 거의 백 프로라던데.
학생 아니라 유아들을 위한 디지털 교구들도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결론은 단 하나.
아이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늦을수록 좋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남편에게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도 어릴 때 TV를 봤고 지금도 보고 있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된 것 같진 않아."
하지만 나는 이 책의 말에 동감한다.
TV나 게임은 술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과하지 않은 양을 마셔서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양을 마셔서 득이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술을 마신다고 모두가 알콜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고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가 폐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그게 건강에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남편은 본인에게 문제가 없었으니 그 심각성을 모르는 듯해서 답답하다.
결혼을 준비할 때부터 TV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심지어 지금은 TV를 한 대 더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내 속을 긁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한 다음 말은 공감이 되기도 한다.
"TV 안 좋은 거 누가 모르나? 근데 TV를 안 보여주면 그 시간에 부모가 계속 무언가를 해주며 같이 놀아야 한다는 건데, 그게 힘들어서 그런 거잖아."
그래...
그게 문제다. 그래서 TV를 켜게 되는 거고.
책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 방안과 대안을 제시해주긴 하지만
그 방법은 여전히 멀고 어렵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