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백 요다 픽션 Yoda Fiction 1
차무진 지음 / 요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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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무진 작가님의 <인 더 백>을 읽었다. <인 더 백>은 백두산이 폭발하고 식인 바이러스가 퍼진 대재난의 아비규환이 배경이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배낭에 숨겨 메고 본가가 있는 대구로 향하는 아버지의 힘겨운 여정. ​부산행이 떠오르긴 하는데 부산행은 공포의 대상이 사고를 할 수 없는 무지성 무지능의 좀비인데 <인더백>의 경우 멀쩡히(?) 생각하고 살아 있는 인간이라 더 무섭다.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이 바이러스 감염자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것부터가 공포 아닌가. ​첫 장면은 주인공 동민의 가족이 동호대교를 건너 도망을 가는 장면이다. 그런데 예정 시간보다 일찍 미사일이 떨어져 아내가 죽는다. 남은 건 아들! 아들을 살려야 한다! ​자식의 안전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위기 상황에서 나와 아이 둘만 남았다면?이라는 상상을 자주 한다. 책과 같은 재난 상황 아니어도, 요새는 묻지마 폭행이나 보복 운전 같은 대처하기 어려운 일도 많으니. 뉴스나 영화를 보다가 종종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약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둘 다 살 수 없다면, 내가 죽는 게 맞는 거 같아. 당신은 꼭 살아남아 하라를 지켜. " ​책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이렇게 말하는 아내의 심정이 너무도 이해가 돼서 눈물 펑펑. (앞에서 그런 나를 보고 있는 남편은 '왜 또 저래'라는 표정ㅋㅋㅋㅋㅋ) 여성과 아이, 두 약자가 함께 있는 것보다 남성인 아빠가 있는 것이 더 생존 확률이 높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동시에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남편이 남자라는 이유로, 나는 쉽게 죽음을 선택하고 남편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떠맡기는구나. ​내 자식을 지켜내야 하는 무게감. 아버지라는, 가장이라는 역할의 사명감. 동민이 메고 있는 가방은 그 무거운 사명감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눈물로 시작한 <인더백> ​자칫하면 식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에게 잡아 먹힐 수 있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무사히 아이를 지킬 것인지. 도무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연속되어 정말 심장 졸이며 읽었는데. 마지막 결말이.... ​엉? 이게 뭐지? 내가 지금까지 뭘 읽은 거지? ​정말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앞장을 펼치게 되는 마성의 소설! 연속 두 번 읽었다! 결말을 알고 다시 읽으면 새롭게 보이는 곳곳의 복선들. 와~~~~~~~ 작가님 美쳤!!!!! ​ <인더백>의 반전이 정말 놀라웠던 건... '반전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드는 적정한 선'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근데 그 상황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렇게 세세한 내용은 생략해도 되겠다 여겨서 넘어갔던 부분이 결과적으로는 반전의 핵심. '이상하게'라는 말이 오해를 부를까봐 자세히 설명하자면 ​1. 아이가 어쩜 저렇게 얌전할 수가 있지? 이상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절대 가방 안에서 그렇게 오래 버티고 있기가 힘들 텐데 이상하다 생각했단 얘기. 근데 또 바꿔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극한으로 위험한 상황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패스 ​2. 군인들의 태도가 너무한 거 아닌가? 이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나라 국민인데 동민의 말을 너무 안 믿어주는 거 아닌가 뭐 저렇게까지 막 함부로 대하나? 그리고 애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했는데... 전쟁 중의 군인들이 민간인을 대한 태도를 떠올려보면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됐고. ​ 근데 그게 반전...^^;; 의심과 인정의 선을 적정하게 설정하셔서 반전이 더 놀라웠던 것 같다. ​(다들 식스센스를 보셨으리라 생각하고) 난 오히려 식스센스는 보면서 반전의 설정을 눈치챘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그 주인공 아이 외에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없어서... ​근데 <인더백>은 식스센스와는 또 다른 설정이어서 완전 뒤통수 맞은 기분. 그리고 이 소설은 그저 애타는 부정父情만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한강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피난.... 다리에 포격..... 남한과 북한, 정부군과 반군, 너의 선은 무엇이냐 질문하고 편을 가르는 이들. 익숙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연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 인류 보편적인 감정에도 특별히 K 감정 필터가 덧씌워진다.ㅠㅜ ​동민이 '그렇게까지 해서(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어서 이렇게 표현)' 아들을 지킨 건, 그 임무가 힘겹고 무겁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그의 삶의 동기가 되었기 때문. 아마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동민은 금방 자기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삼체에서 윈텐밍이 인간은 한 명도 없는 우주에서 기약없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청신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삼체 엄청 우려먹고 있음 ㅋㅋㅋㅋ) ​인간은 목적 없이 살 수 없다. 그 말은 아무리 절망적인 환경에서라도 목적이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동민의 가방 안에는 '삶의 이유'가 들어 있다. 그것이 각자의 선. ​당신의 선은 무엇인가. <인더백>은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지,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 373쪽 세상이 이토록 지저분한 것은 각자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이리라. 만약 누군가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리라. 선과 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그저 각자 소중한 무엇만 존재할 뿐. 아이가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세상에 대고 대답을 물어도 세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아무리 원망해도 합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388쪽 “아나카, 옳고 그름은 말이야. 지킬 게 있는 사람에게는 묻는 게 아니야. 왜 그런 줄 알아? 인간의 선은 각자 다 다르니까. 선을 묻는 네 질문에 내가 대답하지 않은 이유가 그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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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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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님의 새 책 <청혼>


우주에 사는 남자와 지구에 사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배명훈 작가님의 전작인 <화성과 나>의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이나 「 행성 탈출 속도」 같은 작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소설인가 했는데, 11년 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이라고 한다.


<화성과 나>도 정말 기발한 발상이라 느꼈는데,  '우주 연애'에 대한 생각을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하셨다니! 


소설은 우주에서 군복무 중인 주인공이 지구에 사는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이야기의 배경을 파악하기가 좀 어려웠다. 계속 읽다 보면 조금씩 상황이 이해가 된다.


남자가 목성 근처에서 복무를 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지구에 전해지는 어떤 예언서에 우주에서 외계 함대가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그래서 지구인들은 우주 함대를 만들어 외계 함대의 침략에 대비했는데, 그 예언서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나타났다. 그 사이 궤도연합군의 위세가 점점 커지니까 궤도연합군 사령관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의심한 지구의 지표면연합이 감찰군을 보내 궤도연합군을 감찰하고 통제한다. 그런데 이들을 공격하는 적은 대체 누구인지,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공격하고 갑자기 사라진다. 어떤 '차원의 문(파멸의 신전)'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궤도연합군 사령관을 표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 같다.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은 정말 반란을 계획하고 있을까? 


최근 <삼체>를 읽은 지 얼마 안 돼서 외계 함대의 침략, 우주 전쟁 등의 상황이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삼체가 외계인의 침공에 대응하는 인류의 이야기라면 <청혼>은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우주인과 지구인. 엄청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연인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남자는 목성 근처의 함대에 주둔하는 궤도연합군 소속. 우주 출신이다. 여자 친구는 지구 출신. 이들이 만나려면 왕복 340~360시간이 걸린다.

(대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한 건지? ㅋㅋ)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에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그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또다시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갑갑함이야. 35~36p.



문제의 근원은 거리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거리라는 이름의 물리적 장벽 말이야. 39p.



사랑의 정도와 상관없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거리라는 이름의 물리적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물리적 거리는 곧 시간과도 이어지는 거라 진심도 바로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그 거리와 시간도 딛고, 중력도 딛고 여자에게 청혼을 할 생각이었으나 전쟁이 의외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이들을 노리는 적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을 하고 사라지는지. 


​궤도연합군 데 나다 장군은 반란을 일으킬 의도가 없어 보인다. 그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군인일 뿐. 그의 목적은 적의 함대를 공격하는 것. 그리고 파멸의 신전을 밝히는 것.


​나는 데 나다 장군이 너무 대쪽같은 사람이어서 그를 경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데 나다 장군을 공격하는 적도 사실은 적이 아니라 미래에서 시간의 문을 넘어 온 지구 소속이라고...



데 나다 장군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럼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현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존엄과 결백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지. 


​데 나다 장군은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려던 계획을 알고 있어서 그걸 하게 해주려는 거였지만 전투 이후 사건 보고와 처리가 사실과 다르게 돌아가는 것을 본 주인공은 다른 결정을 한다. 감찰군 사령관은 주인공에게 계속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을 강요했다. 주인공의 선택은 데 나다 장군. 주인공의 선택 역시 데 나다 장군의 선택과 같은 이유일 것 같다.


소설의 제목이 '청혼'이라 우주와 지구의 물리적 여건을 뛰어 넘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청혼은 '하지 못한'이 생략된 청혼이라는 슬픈 이야기.


​마지막 문장이 아련하다.


​반드시 돌아올 거야. 이상하지? 나 같은 우주 태생이 어딘가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이제 나도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153~154p.


#배명훈 #배명훈_청혼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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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노명우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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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이후, 그날을 잊은 적 없다.

배만 봐도 생각 나고 수학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생각 나고 매체에서 비슷한 상황, 장면만 봐도 생각 나고 세월호를 언급한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났다.

서명 운동을 하고 노란 리본을 달고 (간접적인 도움이 될까 하여) 관련 책을 사고 416재단에 성금을 내고 해마다 그날이 되면 기억하고 있다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SNS에 피드를 올렸는데

올해의 나의 피드는 '기억하겠다는 말도 죄송스럽'다는 거였다.


올해는 세월호10주기. 벌써 10년이 지났다. 기억은 힘이 세다면서 지난 10년간 뭐가 달라졌는지. 기억이 정말 힘이 있기나 한 건지 절망적이고 무력감이 들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사회학자이자 니은서점을 운영하는 노명우 교수님의 책이다.


왜 쉽게 잊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다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이거 말고도 삶이 너무 바쁘고 치열하니까.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지도 정말 궁금하지만 예상은 할 수 있다.

반복을 막을 힘이 있는 가해자들은 힘없는 국민들의 비극에 관심이 없으니까.

오직 자기들의 부와 권력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럼에도 왜 우리는 기억해야 하는가'였다.


책에서는 세월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 대학살, 난징대학살, 제주4.3, 이태원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힐즈버러 참사 등 국내외의 여러 재난의 사례로 전조 증상과 이후 벌어지는 양상, 결과 등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침수 등의 자연 재해도 사회적 재난으로 분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회적 불평등이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 정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 사회적 불평등이 질병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쳐 의료적 차원에서도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남궁인 작가님의 글이 떠오르며 섬뜩했다.


108쪽 깊은 기억은 어설프게 재난을 조사한 후 묻어 버리지 않겠다는, 재난에 대한 성찰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재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온갖 비난과 2차 가해에 '반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제는 지겹다'는 소극적 반격과 '애초에 잘못 알려졌다'는 부인론... 이게 그저 세월호 참사에만 벌어진 특별히 잔인한 반응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조용히 선동해온 일반적 현상이라는 게 끔찍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을 해야 하는 이유는, 누구나 재난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공통의 위기감으로 재난의 매커니즘을 중단시키기를 요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도 답답하긴 했다. 여전히 결정적인 변화의 키는 '가해자'들에게 있다는 말이니까. 사람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사과를 할지 말지, 제도를 바꿀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그들이니까. 다만 기억하지 않으면 그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니 크게 보아 내가 안전해지기 위해 기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죄와 재발 방지를 위해 행동하는 양심적인 위정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기억하고 요구하는 것. 힐즈버러 참사는 진실 규명과 사죄, 규정 변경까지 27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올해 가진 세월호 10주기가 주는 절망과 무력감이 조금은 나아지긴 했다. 


208쪽 용서는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용서는 재난을 겪은 피해자의 몫입니다. 피해자가 용서할 때 용서가 이뤄지는 것이지, 외부로부터 용서의 윤리적 우월성을 내세워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용서는 재난의 희생자가 또 다른 재난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그리하여 재난의 재생산이라는 끝없은 악무한으로무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마지막 방법이지요. 



그래, 10년 만에 사과할 인간들이 아니구나. 아직 멀었구나.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때까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왜우리는쉽게잊고비슷한일은반복될까요 #세월호10주기 #세월호 #노명우 #우리학교

#기억은힘이세지 #기억하겠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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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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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시리즈 삼체원작 <삼체> 전권을 다 읽었다.




지난 일주일 정도 삼체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새벽 1시까지 삼체 읽다가 자고 다시 4시에 일어나 삼체 읽고 출근한 날도....


처음 삼체원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넷플릭스 삼체시리즈를 본 후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생각도 안 했을 듯ㅋ) 


인기 있는 드라마라는데 8부작밖에 안 되길래 덥석 봤는데 

이게 완결이 아니라 시즌1일 뿐이라고... ㅡㅡ;; 

뒤가 너무 궁금하잖아.


뒤가 너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삼체.

삼체는 총 세 권인데, 문제는 뒤로 갈수록 책이 두꺼워진다는 것.


등장 인물이 많아서 이름 안 까먹으려고 정리하며 읽었는데 1부는 그냥 인물 관계도 수준이었는데 2부는 인물에 설명이 붙으며 좀더 내용이 많아지고 3부는 메모한 것만 A4 용지 세 장이 넘었다. 

정리하니 두 장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방대한 양이었고 담겨 있는 내용과 메시지도 대단했다.

그리고 느낀 점은, 역시 원작을 따라올 영상물은 없다는 것.ㅋ

소설이 훨씬훨씬 재미있다!!!!


넷플릭스 삼체시리즈와 전체적인 틀은 같지만 사건과 인물이 '헤쳐 모여'한 것처럼 원작의 여러 인물이 섞여 있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설정이 다르기도 하다.


​삼체시리즈에서는 물리학자 베라 교수가 자살을 하고,

베라의 제자 5인방이 주축이 되는데.


삼체원작에서는 중심 인물들이 서로 다 모르는 사이.

1부에서는 드라마의 오기에 해당하는 '왕먀오'를 주인공으로,

2부에서는 드라마의 사울에 해당하는 '뤄지'를 주인공으로,

3부에서는 드라마의 진청과 윌에 해당하는 '청신'과 '윈텐밍'을 주인공으로  한다.

(잭에 해당하는 '후원'은 3권에 잠깐 등장)


원작을 보고 나니 드라마가 이해가 된다.

드라마 보면서 대체 저들의 역할이 뭐지? 왜 다섯 명이나 필요하지?(오기랑 진청 말고는) 별로 하는 게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소설 1, 2, 3부의 주인공을 한번에 모아 놓아서 그런 거였다. 


​그리고 작품 속 세계관을 적용해도 드라마에서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예를 들어, 타티아나는 어떻게 인간인데 CCTV에 잡히지 않고 밖에서 보이지 않게 살인을 하고 덩치 큰 남자를 쉽게 제압하는지 등)도 이해가 됐다. 그건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새로 만들어 넣어서.


드라마는 빠른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생략되거나 축약된 장면이 많은데 원작을 읽으니 사건의 전후도 인물의 심리도 훨씬 이해가 잘 됐다.


드라마가 책보다 나은 것도 물론 있다.

소설이 묘사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바로 보여준다는 것.




​삼체 게임 속 세상의 모습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게 즉각적이니.

삼체 인간이 탈수 되고 입수 하는 모습도 정말 잘 구현된 것 같다.

나노 섬유를 이용해 심판일 호를 자르는 장면도 너무 시각화가 잘 되었다.

(훨씬 잔인한 설정이라는 게 무섭지만 ㅠㅜ)


드라마 삼체시리즈 시즌1은 원작 소설의 1부가 주요 내용이고

2부와 3부를 위한 밑밥이 조금 깔려 있는 정도.


소설을 읽어보니 그 밑밥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차근차근 빌드업이 되어 3부에서 윈텐밍이 청신에게(인류에게) 해준 것을 보며 감탄사 연발


그러니 삼체시리즈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당연히 원작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며

(드라마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드라마보다 백배 재미있을 거다.


​나는 본투비문과라 삼체 소설에서 설명하는 그 많은 과학이론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물리학, 항공우주학 원리를 다 알지 못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SF소설이다.


이렇게 긴 시간과 이렇게 넓은 공간을 다룬 소설이 또 있었을까.

읽기를 마친 후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 방대함과 장대함에 먹먹하고 아련...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진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감상평이 정말 공감된다.


인간은 우주에서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그럼에도 지구의 문명을 남기고 인류를 존속시키겠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과 사명감에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삼체원작 #SF소설 #삼체 #삼체시리즈 #류츠신 #자음과모음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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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 슈고 지음, 정지원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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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식이 어떤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각성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군 폭행 사망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에서였다. 
아들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이렇게 무서워서 내 아들 군대 보낼 수 있겠느냐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띈 글 하나.

"모두가 다 자기 자식이 피해자 될 거라는 걱정만 하네?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고?"

그렇구나.
그때부터 양쪽에 균형잡힌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벌어진다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건 꼭 군대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시로야기 슈고의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그런 마음으로 읽긴 했지만
균형잡힌, 객관적 시각으로 읽기는 어려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나는 이미 (외부적으로는) 경미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사건들의 경험자가 되어 있었으므로.

아이가 내 품에서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며 벗어나기 시작하고,
'학교'라는 사회 집단 안에 들어갔을 때부터 피해자가 되느냐 가해자가 되느냐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마바 고하루와 아카기 마나가 등장한다. 두 아이는 친한 친구였는데 사이가 멀어지며 한 명은 왕따 가해자, 한 명은 왕따 피해자가 된다.

만화 형식으로 가해자는 초록색, 피해자는 분홍색으로 표시되어 양쪽의 입장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 책은 왕따 사건에 예방법도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다만 양쪽의 입장과 상황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이런 입장이면 어떨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가해자라면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잠깐 얘기했듯이 나는 이미 경험자다.
내 경험에 비추어서도 정말 많이 생각했다.

정답은 없다.
그 어떤 사건도 똑같지 않으며 거기에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 누구도 같지 않으니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떠한 사건을 이야기할 때 논외였던 중요한 사람도 있다.

바로 '방관자'
내가(내 자식이) 피해자가 아니니까
내가(내 자식이) 가해자가 아니니까
남 얘기로 치부하며 쉽게 떠들고 퍼트리는 사람들.

그들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일이 터지면 다시 우왕좌왕하겠지만 이건 꼭 기억하려 한다.

사과는 가해자의 의무이지만
용서는 피해자의 선택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내딸이왕따가해자입니다 #학폭 #학교폭력 #학교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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