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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최진영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쓰게 될 것>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당연히(?) 작가님이 앞으로 글로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표제작인 「쓰게 될 것」을 읽으니 소설 속에서의 쓰게 될 것은 '사용하게 될 것'의 뜻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이 책은 작가님이 앞으로 글로 '쓰게 될 것'에 대한 소설이었다.
36쪽 그걸 가지고 있으면 결국 쓰게 될 거야. 남에게든, 나에게든.
전쟁 속에 살아 남은 여성들, 부모님의 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 방치된 자매, 나을 거라 장담할 수 없는 암 투병 환자, AI시대에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절망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부드럽지만 강하게 삶의 의지를 다지는 게 가능할까.
39쪽 나의 일기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살아야 한다면 사는 게 낫다.'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매일 밤 삶을 선택한다.
삶을 선택하는 것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쉬운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슬픔과 좌절, 절망의 상황에서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쉽고 유혹적이므로.
하지만 이 책에서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삶을 선택했다.
278쪽 나는 선택하고 싶었다. 나의 미래를. 나의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살아 있다는 감각에 충실하고 싶었다.
나는 미래는 무지의 영역이기에 절망적이고 공포스러웠는데,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발상이 놀라웠다.
187쪽 그 순간 안나는 깨달았다. 열등감이 아니었다. 거대한 상실감이었다. 안나에게 없는 미래를 상대는 아주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미래를 모르기에 미래는 내 것이 될 수 있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거'(286쪽)
그 일이 작가님에게는 '쓰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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