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두 1 - 나는 왜 나일까? 비룡소 그래픽노블
국무영 지음 / 비룡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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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전성시대인가봐요~

또 멋진 그래픽노블이 나왔네요.


제목부터 재미있는 <똥두>예요.

<똥두> 너무 재미있어서 받은 그날로 1권과 2권을 다 읽었어요.


십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시기에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우리의 동두희도 자신을 조건 없이 좋아해주는 남자 친구를 만나 자기 불신을 극복하고 

자신을 좀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돼요.


<똥두> 2권에서는 특히나 감동 포인트가 많았어요.


저는 두희의 남자친구 기동이가 나이답지 않게 너무 의젓하고 항상 웃기만 하고 불만이 없다는 게 너무 안쓰러웠어요. 애는 애다워야 하잖아요. 일찍 철든 아이는 슬퍼요.

엄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빠는 외국에 일 나가 계시고.. 혼자 살고 있는 15살 남자아이라니... 누가 봐도 힘들어보이는 상황인데 정작 기동이는 너무 의젓해서 애처로웠거든요.


그런데 기동이 역시 두희를 만나고 까칠했던 두희의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로소 제 나이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래서 두희와 기동이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결정적인 인생의 친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랑만큼 중요한 우정에서도 두희와 친구들은 한층 성장했죠.

대체로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미묘하잖아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속마음이 있기도 하고 그걸 감추고 싶어하기도 하고 스스로 모르기도 하고요.


두희와 주본이도...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 마음을 서로 인정하면서 더 깊은 우정을 나누게 돼요.

주본이의 가정 환경도 안타까웠어요.

예민한 시기에... 남과 다른 가정 환경을 갖고 있다는 거 자체가 상처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폭풍 같은 사춘기 시기가 지나면...

지나고 보면 다 별일 아닌데 말이에요.ㅎ


내가 너무 싫고, 가족이 너무 싫고, 친구가 너무 싫어서 세상이 곧 끝날 것 같지만

끝난 후에도 끝은 아니라는 거~


지구가 없어져 버려도 다시 새로운 지구가 탄생한다는 거,

지나온 우리는 모두 알잖아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너희들에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온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그 시절의 이야기 <똥두>입니다.




#똥두 #국무영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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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 정채봉 산문집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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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은 듣기만 해도 애잔한 이름이에요.


​저는 책을 읽고도 책의 내용이나 구절을 오래 기억하지는 못하는 편인데,

정채봉 작가님 <오세암>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길손이가 눈이 먼 누나에게 스님의 옷 색깔을 '맛 없는 국 색깔'이라고 한 표현이나

마지막에 길손이의 장례식 날 감이가 '저 연기 좀 붙들어 줘요.'라고 울면서 중얼거리는 장면 등이요.

동화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너무 화가 날 정도로 슬프고 아름다워서 잊을 수가 없고요.


​또 대학교 들어가기 이전에 산 책은 대부분 버렸지만 정채봉 작가님 책은 안 버리고 가지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정채봉 작가님의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가 없어져 버려서...

아예 싹 다 없어졌으면 기억을 못 하거나 내가 처분했나보다 할 텐데,

시리즈 중 1권만 남아 있어서 아직도 볼 때마다 아까워서 잊을 수가 없어요.


투병하시다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셨다는 점도 너무 안타깝죠.


​한동안 멀어졌던 이름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났어요.


정채봉 20주기 기념 산문집이 나왔네요.

#정채봉 #에세이 < #첫마음 >이에요.




세상에 없는 이의 흔적을 다시 접하는 건 역시나 슬픈 일이에요.

정채봉 작가님의 글이 아름다워서 더더욱이요.

이렇게 맑고 깨끗한 글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자꾸 상기하게 되어서요.


삶에 의지를 보이시는 투병 생활 중의 글도 안타깝고..ㅠㅜ


글이 모두 너무 따뜻해서,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나보다 했어요.


자연을 바라보며 사람살이에 대해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깊은 관심과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책에 필사 노트가 함께 와서 반가웠어요.

얼마전부터 제가 좋은 글 필사를 시작했거든요.

정채봉 작가님의 예쁜 글 필사하면서 천천히 곱씹으며 다시 읽어야겠어요.



55쪽 수도자들에게 늘 강조되는 것이 '첫 마음'이라고 나는 들었습니다. 수도에 막 입문하던 날의 그 열렬한 마음이 지속되지 않고서는 험난한 세파에 쉬 휩쓸리게 되듯 첫 마음의 온전함이 아닌 한순간의 방심한 헛눈팖으로 우리의 생이 금방 끝나게 될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155쪽 사람이 각기 품성대로 자기 능력을 피우며 사는 것, 이것도 한 송이의 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다운 꽃을 지닐 때 비로소 그 향기가, 그 열매가 남을 것이 아닌가.


160~161쪽 자신의 한때를 뒤돌아보며 안타까워 하는 사람은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저들에게도 꽃보다도 찬란하다고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저렇듯 무료합니다. 자신이 희생되었다고 원통해하는 사람은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나무를 위하여 한시도 쉬지 않았던 저들은 '베풂' 자체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매운 얼굴을 보이는 사람은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떠나면서 오히려 단풍으로 치장을 하는 저들이 아닙니까. 이제 저들이 집니다. 그러나 저들은 지는 것으로 생을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마른 몸이나마 흙으로 묻혀 들어 한 줌 거름으로 나무 밑에 마저 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뭇잎보다도 몇백 배, 몇천 배 무겁고도 큰 존재가 아닙니까.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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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전근대편 -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읽히는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최태성 지음, 김연큐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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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보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뭘 하든 이게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어떤 역사적 사건의 개별 스토리는 알겠는데 그게 연결이 안 되는????


​이번에 읽은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는 그런 저의 부족함을 잘 채워주는 책이었어요.


작년에 읽은 책 중에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역사의 쓸모>에서 이야기하셨던 주제의식이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에도 많이 담겨있었어요.

 

역사를 단순히 '암기'해야 할 사건의 나열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현재 우리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거죠.

프롤로그만 읽어도 뭉클해지더라고요.


만화로 된 거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간은 좀 걸렸어요.

그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생각해볼거리도 많았고요.

매 챕터의 마지막 컷이 인상적이에요. 

만화라는 쉬운 형식을 택한 것도 어떤 방법으로든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 같아요.


역사 학습의 측면에서 봐도 굉장히 유용했어요.

일단 제가 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한국사,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하니까 정해진 시간만큼 한국사 배우고 넘어가도 다른 과목 배우고 세계사 배우고 넘어가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단편적으로 부분부분 기억이 되지 흐름으로 인식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무언가 중요한 사건이 나오면, 이거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거나 그 사건 하나에 담긴 인물들의 사연에 집중하니까 중요한 사건사건은 알겠는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쭈욱~~~ 흐름을 짚어주는 게 정말 좋았어요.

어휘의 뜻을 풀어 설명하는 것도 좋았고요.


최태성 선생님이 학교 교사였다는 것도 잘 느껴지는 게, 

핵심 개념이나 요약 정리를 참 잘해주시더라고요.


이 책이 역사의 흐름을 개괄하는 책이다보니 각 사건의 상세한 경과는 생략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 아이에게 읽어보라 했더니 글씨가 너무 많아 읽기 싫다고 하던데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꼭 다시 읽어보라고 하려고요.

그럼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1권이 전근대편이고 2권은 개항기부터 현대까지를 다루는 근현대편이에요.

2권도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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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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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었어요.

첫 에세이집이라니....

왜 이제야 나왔을까요.


표지가 너무 예쁘고 손에 닿는 질감도 독특해서 기분 좋게 책을 열었는데

백수린 작가님 예쁜 글씨체로 사인도 있고

일러스트도 넘넘 예쁘고

한 장 한 장 읽어가는데 문장은 더더더 예뻐서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다죠.


작가님이 빵 굽는 걸 좋아하신대요.

빵을 굽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게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전달되기를 바라신다고.

듣고 보니 정말로 빵을 굽는 마음과 글을 쓰는 마음이 비슷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포근한 온기를 전하는 마음이요.


이 책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이라고 해요.

작가님의 개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기도 하면서 빵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면서 책에 대한 얘기이기도 해요.


책과 빵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거였나.

어떻게 이렇게 공통된 이미지를 잘 찾아내셨지 싶어요.


​백수린 작가님 소설을 읽으며 왠지 백수린 작가님의 성격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에세이를 읽으니 더더욱 그래요.


되게 조용조용하면서 소녀같은 감성을 가진 분이실 것 같아요.

문장이 곱고 다정한 것처럼 작가님도 그런 분이실 것 같아요.


이런 매일매일 이런 다정한 글과 함께라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아요.

거기에 빵도 더해서요.ㅋ


이 책을 읽고 나면 자꾸 빵집에 가고 싶어져요.

며칠 째 '나 빵집 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어요.

저희 아이가 '아직도 안 갔어?'라고 물을 정도로.ㅋㅋㅋ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슈톨렌 파는 곳을 좀 찾아봐야겠어요.





18쪽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54쪽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94쪽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밤의 들판에 버려진 아이처럼 인간을 서럽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155쪽 돈은 별로 없고, 젊음은 아직 귀한 줄 몰라 시간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데엔 죄책감이 없던 스무 살.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커다란 화두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나를 송두리째 변모시킬 불같은 사랑을 꿈꾸면서도, 내가 연소되어 버릴까 봐 매일매일 두렵던 그때. 그 탓인지, 새하얀 생크림을 발라서 먹던 그때의 그 토스트를 생각하면 불안과 기대 사이의 진폭이 너무 커서 고통스러웠지만 언제나 화창하기만 했던 것처럼 기억되는 날들이 떠오른다.


157쪽 사랑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따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193쪽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려 애쓰거나, 그렇지 않거나 두 가지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나는, 언제나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

218쪽 일상을 살아가는 연약한 개인들은 불안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마음속에 타인을 위해 이불 한 채를 더 마련할 만큼의 온기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당장은 두렵더라도, 배척하는 것만이 이 두려움을 해소해줄 유일한 방법은 아닐 거라고 믿는 나와 당신이 있다고. 비틀거리더라도, 뒷걸음질을 치더라도, 우리는 결국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밤이 온다. 길고 긴 겨울밤의 시작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작은 희망을 촛불처럼, 위안처럼 품고 있다.



#백수린 #백수린에세이 #에세이 #다정한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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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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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님의 5년 만의 신작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가 나왔어요.



한비야 님은, 제가 어릴 때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셨지요.

해외 여행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시대에 여자 혼자 세계여행을 하셨다니 그 놀라움과 부러움은,

지금 젊은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이었어요.

당시 젊은 여성들의 가슴 속에 불씨를 하나씩 심어놓지 않으셨나 생각돼요.

모든 여자들의 롤 모델이자 워너비이시자 멘토이셨을 거예요.


저 역시 평범하게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이었고요.ㅎㅎㅎㅎ

한비야 님의 첫 책 초판부터 간직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비야 님은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한비야 님과의 추억이 하나 있어요.


당시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한비야 님의 팬(?) 몇 명이 한비야 님과 같이 덕수궁에 놀러 갔었어요!!!

지금도 강연회나 북토크 등에서 한비야 님의 얼굴을 볼 기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는 사람 아니고서야 그때처럼 그렇게 소규모의 '사적인' 모임을 갖기는 어렵잖아요. 

한비야 님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덕수궁을 구경했던.....

제게는 정말 소중한,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을 때여서 사진 한장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너무도 속상하지만..ㅠㅜ


사인이 있어요.

지금 가진 꿈 꼭 이루라고 하셨는데... 그때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현재 저는 행복하니 만족하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건, 한비야 님의 엄청난 사교성과 친화력이에요.

그날 처음 만났는데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눈 맞추고 환히 웃으며 말을 건네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리고 사인에는 한비야 '언니가'라고....^^


그 이후 한비야 님은 여행가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삶을 사셨죠.

더 이상은 롤 모델일 수도 워너비일 수도 없는 너무 특별한 삶이요.

늦은 나이에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다녀오시고, 

긴급 구호 전문가가 되시고...


그런 소식을 뉴스로 접했는데 어느날 보게 된 한비야 님의 '결혼 소식'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결혼?!?!?!?!?!?

세상 여자들이 다 결혼해도, 끝까지 안 하실 것 같으신 분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결혼 생활 3년의 경험을 남편과 함께 공동 집필하셨서 이 책이 나왔네요.

사실 처음엔 그리 읽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뭐 내가 남의 결혼 생활 읽어 뭐해? 내 결혼 생활이나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더라고요.

한비야 님이잖아요~ ㅎㅎㅎㅎㅎㅎ


읽고 나니,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예상했던 그런 결혼생활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이제 한비야 님이 여행을 많이 한 것이나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나 특별한 직업을 가졌다는 것 등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미 글렀...-_-;;; ㅋㅋㅋㅋ)


한비야 님의 특별한 결혼 생활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요. 

제가 한국 남자랑 결혼했는데, 외국에서 반 년, 한국에서 반 년 살 수도 없잖아요. 제가 남편보다 돈을 못 버니 생활비를 딱딱 반씩 내서 살 수도 없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한비야 님의 가치관이나 열정, 집중력, 추진력 등이 정말 부러웠어요.

놀랍게도 그런 한비야 님에게 너무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셨고요.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처럼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다름은 이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융통성과 이해심과 포용력이 정말 부러웠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의 결혼생활의 구체적인 양상보다는

두 분의 태도에 감동받았어요.

​두 분 모두 긴급구호전문가이시니 지구촌 이웃을 돕는 것에 대한 생각도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정말 애써 일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다들 이런 진심과 열정으로 일하고 계시겠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고요.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한비야 님의 결혼 생활 에세이가 아니었어요.

부부 사이가 어때야 하는지보다는 인간에 대한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느꼈고 

그것을 통해 저 자신을 다그쳐보게 되었어요.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 공감, 지원 등이 이 세상을 조금은 밝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아, 그런데 책 곳곳에서 한비야 님의 '나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아니, 철의 여인인 것 같은 한비야 님이 무릎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걷다가 물집이 생겨 길을 되돌아 오신다니요...ㅠㅜ


사람이 나이가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건데, 

워낙 이상적인 영역에 계시는 분이라 그런 현실적인 생각을 못했나봐요.


건강 관리 잘하셔서, 한비야 님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요.


저에겐 영원한 언니! 한비야 님의 내일도 변치 않는 팬심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에세이  #한비야 #한비야에세이 #한비야신작 #한비야신작에세이 #함께걸어갈사람이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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