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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한비야 님의 5년 만의 신작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가 나왔어요.
한비야 님은, 제가 어릴 때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셨지요.
해외 여행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시대에 여자 혼자 세계여행을 하셨다니 그 놀라움과 부러움은,
지금 젊은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이었어요.
당시 젊은 여성들의 가슴 속에 불씨를 하나씩 심어놓지 않으셨나 생각돼요.
모든 여자들의 롤 모델이자 워너비이시자 멘토이셨을 거예요.
저 역시 평범하게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이었고요.ㅎㅎㅎㅎ
한비야 님의 첫 책 초판부터 간직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비야 님은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한비야 님과의 추억이 하나 있어요.
당시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한비야 님의 팬(?) 몇 명이 한비야 님과 같이 덕수궁에 놀러 갔었어요!!!
지금도 강연회나 북토크 등에서 한비야 님의 얼굴을 볼 기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는 사람 아니고서야 그때처럼 그렇게 소규모의 '사적인' 모임을 갖기는 어렵잖아요.
한비야 님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덕수궁을 구경했던.....
제게는 정말 소중한,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을 때여서 사진 한장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너무도 속상하지만..ㅠㅜ
사인이 있어요.
지금 가진 꿈 꼭 이루라고 하셨는데... 그때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현재 저는 행복하니 만족하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건, 한비야 님의 엄청난 사교성과 친화력이에요.
그날 처음 만났는데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눈 맞추고 환히 웃으며 말을 건네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리고 사인에는 한비야 '언니가'라고....^^
그 이후 한비야 님은 여행가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삶을 사셨죠.
더 이상은 롤 모델일 수도 워너비일 수도 없는 너무 특별한 삶이요.
늦은 나이에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다녀오시고,
긴급 구호 전문가가 되시고...
그런 소식을 뉴스로 접했는데 어느날 보게 된 한비야 님의 '결혼 소식'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결혼?!?!?!?!?!?
세상 여자들이 다 결혼해도, 끝까지 안 하실 것 같으신 분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결혼 생활 3년의 경험을 남편과 함께 공동 집필하셨서 이 책이 나왔네요.
사실 처음엔 그리 읽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뭐 내가 남의 결혼 생활 읽어 뭐해? 내 결혼 생활이나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더라고요.
한비야 님이잖아요~ ㅎㅎㅎㅎㅎㅎ
읽고 나니,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예상했던 그런 결혼생활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이제 한비야 님이 여행을 많이 한 것이나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나 특별한 직업을 가졌다는 것 등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미 글렀...-_-;;; ㅋㅋㅋㅋ)
한비야 님의 특별한 결혼 생활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요.
제가 한국 남자랑 결혼했는데, 외국에서 반 년, 한국에서 반 년 살 수도 없잖아요. 제가 남편보다 돈을 못 버니 생활비를 딱딱 반씩 내서 살 수도 없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한비야 님의 가치관이나 열정, 집중력, 추진력 등이 정말 부러웠어요.
놀랍게도 그런 한비야 님에게 너무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셨고요.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처럼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다름은 이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융통성과 이해심과 포용력이 정말 부러웠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의 결혼생활의 구체적인 양상보다는
두 분의 태도에 감동받았어요.
두 분 모두 긴급구호전문가이시니 지구촌 이웃을 돕는 것에 대한 생각도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정말 애써 일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다들 이런 진심과 열정으로 일하고 계시겠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고요.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한비야 님의 결혼 생활 에세이가 아니었어요.
부부 사이가 어때야 하는지보다는 인간에 대한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느꼈고
그것을 통해 저 자신을 다그쳐보게 되었어요.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 공감, 지원 등이 이 세상을 조금은 밝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아, 그런데 책 곳곳에서 한비야 님의 '나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아니, 철의 여인인 것 같은 한비야 님이 무릎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걷다가 물집이 생겨 길을 되돌아 오신다니요...ㅠㅜ
사람이 나이가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건데,
워낙 이상적인 영역에 계시는 분이라 그런 현실적인 생각을 못했나봐요.
건강 관리 잘하셔서, 한비야 님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요.
저에겐 영원한 언니! 한비야 님의 내일도 변치 않는 팬심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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