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백수린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었어요.
첫 에세이집이라니....
왜 이제야 나왔을까요.
표지가 너무 예쁘고 손에 닿는 질감도 독특해서 기분 좋게 책을 열었는데
백수린 작가님 예쁜 글씨체로 사인도 있고
일러스트도 넘넘 예쁘고
한 장 한 장 읽어가는데 문장은 더더더 예뻐서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다죠.
작가님이 빵 굽는 걸 좋아하신대요.
빵을 굽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게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전달되기를 바라신다고.
듣고 보니 정말로 빵을 굽는 마음과 글을 쓰는 마음이 비슷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포근한 온기를 전하는 마음이요.
이 책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이라고 해요.
작가님의 개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기도 하면서 빵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면서 책에 대한 얘기이기도 해요.
책과 빵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거였나.
어떻게 이렇게 공통된 이미지를 잘 찾아내셨지 싶어요.
백수린 작가님 소설을 읽으며 왠지 백수린 작가님의 성격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에세이를 읽으니 더더욱 그래요.
되게 조용조용하면서 소녀같은 감성을 가진 분이실 것 같아요.
문장이 곱고 다정한 것처럼 작가님도 그런 분이실 것 같아요.
이런 매일매일 이런 다정한 글과 함께라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아요.
거기에 빵도 더해서요.ㅋ
이 책을 읽고 나면 자꾸 빵집에 가고 싶어져요.
며칠 째 '나 빵집 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어요.
저희 아이가 '아직도 안 갔어?'라고 물을 정도로.ㅋㅋㅋ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슈톨렌 파는 곳을 좀 찾아봐야겠어요.
18쪽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54쪽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94쪽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밤의 들판에 버려진 아이처럼 인간을 서럽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155쪽 돈은 별로 없고, 젊음은 아직 귀한 줄 몰라 시간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데엔 죄책감이 없던 스무 살.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커다란 화두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나를 송두리째 변모시킬 불같은 사랑을 꿈꾸면서도, 내가 연소되어 버릴까 봐 매일매일 두렵던 그때. 그 탓인지, 새하얀 생크림을 발라서 먹던 그때의 그 토스트를 생각하면 불안과 기대 사이의 진폭이 너무 커서 고통스러웠지만 언제나 화창하기만 했던 것처럼 기억되는 날들이 떠오른다.
157쪽 사랑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따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193쪽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려 애쓰거나, 그렇지 않거나 두 가지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나는, 언제나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
218쪽 일상을 살아가는 연약한 개인들은 불안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마음속에 타인을 위해 이불 한 채를 더 마련할 만큼의 온기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당장은 두렵더라도, 배척하는 것만이 이 두려움을 해소해줄 유일한 방법은 아닐 거라고 믿는 나와 당신이 있다고. 비틀거리더라도, 뒷걸음질을 치더라도, 우리는 결국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밤이 온다. 길고 긴 겨울밤의 시작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작은 희망을 촛불처럼, 위안처럼 품고 있다.
#백수린 #백수린에세이 #에세이 #다정한매일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