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백영옥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

내가 접한 백영옥 작가님의 두 번째 책.


발랄하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책을 읽으면 참 드라마스럽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배경이나 사건들이 정말 드라마 같은 소설이었다.


패션 잡지사에 근무하는 서정.

딱 이것만 알아도 머릿속에 드려지는 그림이 있지 않나?ㅋ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삶.

편집장은 쪼아댈 거고 클라이언트들은 까다로울 거고.

꼭 사이코 같은 선배가 한 명 이상 있을 거고.

'패션' 잡지니까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 관련 종사자들은 엄청나게 패션에 신경을 쓸 거고.


패션계 종사자의 대부분은 길고 늘씬한 몸매지만,

꼭 주인공은 예외.ㅋ

길고 늘씬한 사람이 더 많으니 그런 사람이 주인공이 될 확률이 훨씬 높지만

이런 내용의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그런 당연한 사람은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도 그렇듯이.

살짝 겉도는 사람이 주인공.


모두들 44를 입는 집단에서 혼자만 55라 뚱뚱하다는 얘기를 듣는.ㅡㅡ;;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로맨스 역시도 정말 드라마틱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굴욕을 안겨주었던 남자를 나중에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남자는 나의 일과 관련된 사람이고

까칠한 듯하지만 도움을 주고

알고보니 처음 내가 굴욕이라고 느꼈던 사건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오해였고

더 알고보니 어릴 때부터 나를 좋아했던 사람.ㅋㅋㅋ

그런데 여섯 살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면서,

그 다음부터 좋아하게 됐다는 이 남자는 좀 이상하지 않나?

우연적 로맨스를 너무 극대화시킨 거 아닌지.


그리고 사랑만 얻으면 안 된다.

일도 성공해야지.


이것저것 많은 갈등을 겪지만

마지막에 가면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할 일, 역할을 찾게 되는 성장 드라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엄청난 미션을 결국 해내면서 끝난다.ㅎ



참 전형적인 '30대 싱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지만

재미있다!


전형적이라서 재미없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는 망해야지.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될지 알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주인공 서정의 언니와 관련된 이야기도 좋고.

어릴 적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그리고 나는 절대적으로 '패션계'사람들의 가치관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서정의 갈등이 이해가 되는 면도 있었다.


굶어죽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그러면서도 내가 욕망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의 상충..^^;;



그런데, 내가 백영옥 작가님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고

백영옥 작가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한 작가님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비슷한 문장, 비슷한 내용이 겹친다.


이 책 <스타일>에서도, 이 다음에 읽은 책 <다이어트의 여왕>에서도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에서 읽은 내용이 등장한다.

아,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 가장 최근작이니 순서는 바뀌었지만.ㅎㅎㅎ



백영옥 작가님 책은 잘 읽힌다.





​만약 여자들에게 진짜 혁명이란 게 일어난다면 그건 이 지구상에서 빌어먹을 '다이어트' 따위가 영영 사라져버리는 일뿐일 거다. 그래서 뚱뚱한 여자들이 득세하거나, 납작한 가슴을 가진 여자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13쪽


나는 드라마의 통속성이 좋았다. '통속通俗'이란 세상과 통한다는 말 아닌가. 그 좋은 말을 사람들이 한껏 폄하해 쓰는 건 어쩐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 만족을 느끼며 니체나 들뢰즈, 지젝을 읽고, 타르코프스키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비평하듯 보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작은 텔레비전 모지터 속에서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울고 웃게 만드는 힘, 내 꿈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란 믿음, 세상이 어쩌면 살 만한 곳인지도 모른다는 희망, 노인과 아이를 동시에 열광하게 하는 것, 나는 이거이 드라마가 가진 통속의 힘이라고 믿는다. 119~120쪽


이미 나사가 1천 개도 더 빠졌을 거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 205쪽


기자가 소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어..... 태어날 때부터 발달장애가 있었어. 심장에도 문제가 있었지. 아픈 아이의 엄마란 스스로 비정해지지 않으면 안돼. 자기가 울면 아이가 따라 울 테니까. 기자가 능력 없는 엄마였다면 그 아인 벌써 죽었을 거야.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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