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백영옥 작가님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가장 신작인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부제가 인상적이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책 제목의 빨강머리 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빨강머리 앤 맞다.

원작 소설인 루시 M. 몽고메리의 <그린 게이블의 앤>의 앤이 아닌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그 앤!

작가는 이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보고보고 또 보고 하셨단다.


그러다가 어느날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고.

그 말을 적고 보니 그냥 듣기만 했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셨다고.


그래서 앤이 하는 말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대답(?)을 글로 써서...

이 책이 되었다.ㅎㅎㅎㅎ 


아까도 말했지만 백영옥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이력이 인상적이다.


작가라고 하면, 뭔가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같지 않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글을 쓰고 처음 쓴 글이 막 여기저기 뽑히고...

그런데 백영옥 작가님은 (물론 글쓰는 재능을 타고나셨지만) 소설가가 되기 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셨다고 한다.(글을 쓰는 직업이시긴 했다.ㅋ)

정말 엄청나게 많은 공모전에서 낙방에 낙방을 거듭했지만

소설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이 길(?)로 접어드셨다고.


암튼 뭔가 인간적이다.

남들보다 조금 치열하게 살아온 동네 언니(?)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냥 동네 언니 아닌, 작가 동네 언니.ㅋㅋㅋㅋㅋ


나도 이 만화를 봤다.

어릴 때 TV에서 하는 거.


내겐 참 재미없는 만화였는데....

애가 너무 말이 많아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ㅡㅡ;;


같은 것을 보고서도 느끼는 감정이 이리 다르다는 것이,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작가적 재능 아니겠는가.
 



내겐 마냥 말 많은 여자애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재미없는 만화였지만

이 책을 통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참 의미있는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마음에 새겨두면 좋은 말들 많이도 했더라.


(근데 나는 재미없다면서 왜 본 거지???

장면 장면이 다 기억난다.

앤이 처음 고아원에서 매튜 아저씨와 마차를 타고 꽃이 가득 피어있는 길을 지나

초록 지붕 집으로 오는 장면도..)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너무 많고.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아서 깜짝 놀랐다.


아... 내가 이름있는 작가였으면 내가 먼저 책으로 내는 건데!!! ㅎㅎㅎ


 


'버킷 리스트'를 갖지 않겠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 없이 살겠다는 희망이었다. 사람은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 회한을 갖는다. 하지만 해본 일에 대한 후회는 (실패하더라도) 비교적 짧다. 19쪽


화를 내지 않는 게 매너를 넘어 약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부당한 감정 노동이 된 세상이다. 별것도 아닌 것에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분노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제대로 화를 낼 수 없는 세상이 만든 부작용이다. 66쪽


어떤 꽃이 되느냐는 사실 생각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들어빠진 장미나 말라버린 튤립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중요한 건 할미꽃이든 호박꽃이든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73쪽


내게 여행이란 끝없이 집을 떠다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다. 내게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140쪽


누군가의 성공담에는 교훈이 있지만 위안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패에서 위로받는다. 157쪽


무엇을 원한다는 건 그것에 따른 고통도 함께 원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171쪽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자아 중심적인 강박이 나를 망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었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현재를 망치기 때문이다. ... 중략... 이시대가 너무 '나'를 강조하다 보니 그것이 자기애적인 강받으로 작용하는 것 같단 생각 역시 끝내 지울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도 없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185쪽


인간은 꿈을 이룰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꿈꿀 수 있을 때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186쪽


나는 이제 '절대'라거나 '결코'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다. 절대, 결ㄹ코, 일어나지 않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럴 수도, 이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간신히 이해한 삶이다. 203쪽


나는 내 아이에게 실패할 기회를 그래서 그것을 가슴에 새길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에게 실패에서 배울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는 부모만큼 잘못된 사랑은 없다고 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46쪽


누군가의 성공 뒤엔 누군가의 실패가 있고, 누군가의 웃음 뒤엔 다른 사람의 눈물이 있다. 하지만 인생에 실패란 없다. 그것에서 배우기만 한다면 정말 그렇다.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인 실패도 있다. 나는 이제 거창한 미래의 목표는 세우지 않게 되엇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란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278쪽


간절함과 노력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 것이란 기대는 어른들의 오랜 동화였다. 296쪽


한때 나는 노력이 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의지박약이란 말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젠 노력이 일종의 '재능'이라는 걸 안다. 노력은 의지가 아니다. 노력이야말로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재능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특별한 재능 말이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 대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걸까. 왜 이 세계의 멘토들은 '그래서 죽도록 노력해봤냐?'라는 질문을 젊은이들에게 함부로 던지는 걸까. 제아무리 애쓰고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왜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것은 노력 이후의 삶이다. 298쪽


​나는 이제야 버나드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너무 아깝다'라는 말을 납득한다. 젊음은 스스로 너무 반짝여서 다른 존재들의 반짝거림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318쪽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만큼 많이 지쳤을 때,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을 때, 이겼는데도 더 이겨야 할 것처럼 지독히 불안해졌을 때, 나는 앤을 '다시 한 번' 봤다. 328쪽


사람들은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바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정확히 말해 과거의 '의미'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변한다. 329쪽


만약 인생이 딱 한 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331쪽


 



어렵지는 않은 책이라 빨리 읽었다.

백영옥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얼른 읽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은 왜 이리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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