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우아민 지음 / 무니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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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민 작가님의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을 읽었다.

'제주 동쪽 마을에서 펼쳐지는 상실, 은둔 그리고 삶을 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상실이라고 해서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생각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었으나 그 이유가....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나를 가해한 사람이 되는 것(22쪽)'이라는 표현이 그저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경찰, 검찰, 훈계, 벌금, 처벌, 변호사, 법원 등의 어휘를 보면 분명 범죄 피해를 입고 헤어졌다는 것인데, 그 이후의 감정이 슬픔이라는 것에 놀랐다. 분노나 배신감이 아니라.


작가님은 슬픔이 '걷고 있으면서도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이 드는 것(11쪽)'이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삶의 길을 인도해주는 존재였다면,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이 맞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별은 그 원인에 상관없이 슬픔이겠다.


깊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제주로 '은둔'했다고 하셨지만,

책을 읽고 나니 견딜 힘이 없이 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분노와 배신감에 자기파괴적인 생활을 했을 것 같은데

분노와 배신감은 이별의 원인에 집중, 곧 상대에 생각을 집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슬픔은 내가 믿는 이의 부재가 주는 감정, 다시 말해 나의 상태에 집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인 것 같고.


그래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의 은둔 생활이 슬픔을 잘 이해하고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작가님은 이 글이 애도 일기라고 했다. 애도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인데, 나는 작가님의 애도는 슬픔을 지워가는 과정으로 읽혔다. 그래서 슬픔의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슬픔이 머문 자리를 희망으로 채우려는 마음,

사랑이 떠난 자리에 절망을 채우지 않고 다시 사랑으로 채우려는 마음이 아름다움이 아니고서야 뭐라 할 수 있나.



📌 어떻게 사랑을 미워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모르는 건 사람을 두렵게 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은 사실을 믿기로 한다. 사람이, 사랑이 그렇게 단순한 색일 리 없다. 23쪽


📌 나는 내가 잃었다고 생각한 마음들이 살아야 할 땅의 색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삶에는 변덕의 몫이 있어야 한다. 74쪽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잘라도 계속 자라나는 머리카락이라면,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은 집안의 어디에나 머리카락이 있는 것이다. 결국 같은 뿌리를 가져서 잡아당기면 아플 뿐이다. 126쪽


📌 이름이 정해진 불행과 처지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 경험한 적은 없다. 운명이 등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짐작한 적도. 그러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삶이 말을 걸어 온다고 느꼈다. 136쪽


#에세이 #우아민 #어딘가아름다운기분 #무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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