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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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인어 사냥>을 읽었어요. 차인표 '작가'라니 제게는 좀 낯설게 들리는데 이번 책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해요. 솔직히 말해서 읽기 전에는 약간 선입견도 있었어요. 배우가 쓴 책이라... 그것도 소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 선입견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차인표 씨가 굉장한 엄친아라는 건 익히 들었지만, 아니 대체 이분은 못 하는 게 뭐예요? 그 정도로 정말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넘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차인표 장편소설 <인어 사냥>은 인간을 불로장생하게 해준다는 인어 기름을 얻기 위한 인간의 검은 탐욕을 그린 이야기예요.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표지가 마치 인어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것 같아요.


소설은 1902년 강원도의 외딴 섬에 사는 박덕무와 그의 남매, 공 영감 그리고 서기 700년 신라 시대 소년 공랑과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무려 1200년을 왔다갔다 하면서 두 시대의 사건이 그려지는데... 이런 구성은 자칫하면 산만해지기 쉬운데, 몰입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결국 마지막에 두 이야기가 하나로 겹쳐지는 짜임새가 아주 훌륭했어요.


여행 가서 밤에 '책맥'하는 게 저희 즐거움인데 맥주도 잊을 만큼 책이 후루룩 읽히더라고요.


인어 하면 인어 공주가 떠오르고 그건 왠지 서양의 전설 같아서 한국 소설에서 '인어'는 아주 낯선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조선 시대 문신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인어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에서 소설 <인어 사냥>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차인표 작가님이 그린 인어는 유몽인의 인어와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한국형' 인어여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주인공 박덕무는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인어를 잡기로 하는데, 그 방법 역시 인어의 모성애(부성애)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 모순적이죠.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연수 작가님의 <시절 일기>의 한 부분이 떠올랐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이렇게 쓰셨어요.


부성애는 분명 할리우드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멋진 감정이지만, 인류를 구원하는 데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부성애가 넘치는 아빠는 자기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텐데, 그 무슨 짓 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고 해도' 같은 극단적인 경우까지도 포함될 테니까. 인류는 아마도 그렇게 멸망할 게 분명하다. 자기 딸을 구하기 위해, 자기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기 나라를 구하기 위해. 김연수 <시절 일기> 146쪽


박덕무 역시 자기 딸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박덕무의 부성애도 지나치면 인간의 욕망에 지나지 않아요. 인간의 욕망은 인간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 소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소망이 선을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만 욕망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욕망의 얼굴은 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으로 변할지 알지 못했다. 차인표 <인어 사냥>, 107쪽


전혀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역사 속의 실제 존재했던 것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도 정말 놀라웠어요. 인간의 욕망이 가져올 절멸을 비유하기 위해 독도 강치를 다룬 것처럼요. 그리고 전혀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했는데 진시황이 불로장생 약을 구해오라며 제주도로 보낸 서복이 등장할 땐 허를 찔린 기분이었어요.



불로장생은 정말 모든 인간의 꿈일까요?

박덕무의 딸 영실의 말이 마음에 남아요.


​생명을 느끼며, 귀하게 여기며 말이에요. 그게 사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숨만 쉬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건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니까요. 죽은 나무가 서 있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람이 세월만 보낸다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차인표 <인어 사냥> 226쪽


​천 년을 살 수 있는 인어 기름이 내 앞에 있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내면의 욕망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소설 <인어 사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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