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상 기다려지는 창비청소년문학상! 이번 수상작은 나혜림 작가님의 <클로버>예요.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중학생 소년인 정인에게 고양이의 모습으로 찾아온 악마의 유혹.

악마는 '만약에'라는 말과 함께 원하는 것을 말하면 다 들어줄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이는데요.


​실제로 정인은 지금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어요. 경제 상황이 안 좋아 정인이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인이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도 참을 수밖에 없고요. 집도 먹는 것도 학습 환경도 너무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한마디로 말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76쪽 "내가 수학여행 안 가는 걸 고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보기가 그것밖에 없었던 거예요. 근데요, 가끔은 나도 여러 가지 중에 골라 봤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아예 백지에 무언가를 쓰거나. 운동화가 좀 낡았으면 어때요, 고를 수 있을 때 '아, 난 괜찮아요. 새 운동화 없어도 돼요.' 하는 거 되게 멋질 것 같아. 내가 백만 원을 모으고 싶은 건 그래서예요. 그 정도 돈이 있으면 고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 말이 너무 공감이 되었어요. 저는 지금 서울이 아닌 곳에 살고 있는데 여기에 이사 와서 처음 느낀 어려움이 바로, 물건 하나 사려고 해도 없는 게 너무 많아서 골라 살 수가 없다는 거였거든요. 여러 개 중에 제일 필요에 적합한 것을 골라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이거밖에 없으니 이걸 사야 한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났어요. 물건 하나 사는 것도 그런데 자신의 삶에 선택을 할 수가 없다면 오죽하겠어요. 그래서 정인이가 너무 안타까웠고, 그래서 악마의 제안은 더더욱 유혹적이겠지요.


​111쪽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우와, 악마는 민주적이구나." 정인이 킬킬거렸다.

그게 악의 무서운 점이란다, 꼬마야.


​더구나 '만약에'라는 말도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만약에 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만약에 내가 엄청난 미인이라면, 만약에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면, 만약에 내가 천재라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것들이 실제가 될 수 있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인에게도 할머니의 건강과 재아의 마음이 필요했을 거예요. 무엇보다 돈도요. TV에서 서장훈 씨가 돈이 많으면 좋은 점은 남에게 비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잖아요. 돈은 큰 집과 좋은 차와 비싼 옷 등등도 살 수 있게 해주지만 결국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112쪽 정인에게 자존심이란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찬밥 같은 것이었다. 곱씹어 봤자 입만 쓴데 버릴 수도 없는 것. 꾸역꾸역 씹어 넘길 땐 '어제 왜 이걸 남겼지?' 하고 후회하지만 막상 버리려면 머뭇거리게 되는 것. 그러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세상 맛있는 식사인 척하게 되는 것. 태주의 말에 상처받지 않은 척하고, 점심시간을 주차장 옆 쓰레기장에서 보내는 이유도 결국은 그 식어 빠진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인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기만 합니다. 아르바이트하는 햄버거 가게에서 해고되고, 할머니는 사고를 당하고... 어린 정인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악마는 정인에게 꿈 같은 환상을 경험하게도 해주는데요. 


​하지만 정인은 그 흔들림 끝에서 정말 용기있는 결정을 하죠.


227쪽 "천국에는 관심 없어요.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현재도 나한텐 풀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뭐. 내 삶으로 돌아갈래요. 할머니가 그랬거든요. 불평하면 지옥이 된다고. 만 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하나도 안 따지고 살겠어요. 만의 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놓칠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 볼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이 작품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인이의 삶이 아주 안타까웠고요.

그러나 정인이는 '선택'했어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을요.


이렇게 당차고 용기 있는 정인이라면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들어도

분명 바르게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것 같아요. 

정인이 너무 대견해서 뭉클해지기까지 했어요. 


+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악마와 정인이의 티키타카랄까.

악마는 정인을 계속 꼬드기는데 아직 어린 정인이 천진하게 악마의 말을 받아치고

악마가 점점 조급해하는 게 되게 통쾌하고 사이다 같더라고요.



#클로버 #소설클로버 #나혜림 #창비청소년문학 #창비청소년문학상 #성장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