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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양주연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평점 :

동녘출판사의 에세이 브랜드 디귿의 두 번째 책은 양주연 님의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이에요.
등산극혐주의자에서 등산애호가가 된 30대 직장인의 등산 입문기라고 해서 큰 관심이 갔어요.
저는 등산을 비롯한 모든 '운동'을 참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싫어하던 운동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는지가 참 궁금했거든요.
아, 그런데 '한때 꼰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산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힙하고 트렌디한 운동이 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그것도 몰랐어요.ㅋ
요즘에는 등산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군요.
저는 지금까지도 등산이 꼰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힙하고 트렌디한 변화에 동승하지도 않았으니
이래저래 낀 세대임이 확실하네요.
어찌됐건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왜 등산에 빠지게 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우리의 삶은 너무 고달파서 직장 생활을 하며, 일상 생활을 하며 자신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늘 나만 못하는 것 같고 존재 가치가 없는 것 같고.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고 남과의 비교로 한없이 비참해지고.
그렇게 초라해질 때 등산은 성취감을 주고 그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자신감을 얻음으로써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그건 꼭 '등산'이 아니어도 될 거예요.
자신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는 일, 그래서 그것을 하는 동안에는 확실히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상관없지만 작가님에게는 그게 '등산'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인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거니까요.
제가 요즘 하던 생각과 같아요.
저는 요즘 참 행복하고 제 삶에 만족하는데요.
그건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행복지려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안 하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는데.
저는 이제야 깨달았는데 작가님은 벌써 아셨네요.
밀레니얼 세대는 역시 다르구나 느꼈어요.
디귿의 첫 번째 책을 읽으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구나' 생각했는데
디귿의 콘셉트가 있었네요.
나로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씩씩한 '혼자'들의 독립생활이래요.
두 권을 읽고보니 디귿 에세이 시리즈의 관계성과 통일성을 알겠어요.
앞으로 나올 책들도 기대가 됩니다.
낀 세대인 제가 후배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책에 '등린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건 좀 거슬렸어요.
공식적인 단어도 아니고 바람직한 단어도 아닌데,
어쩌다 한두 번은 그냥 유행어니까 글의 재미를 위해 쓸 수 있다 쳐도
계속 등린이 등린이 하니까 오히려 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았어요.
6쪽 여전히 일상은 변함없이 무르고 약하지만 이제는 하루가 무너질 때마다 ‘얼른 산에 가야겠다!’ 생각한다. 뚜벅뚜벅 산길을 오르내리며 부서진 멘탈을 주섬주섬 주워서 원상복구 시킨다. 온전히 나의 두 발과 허벅지 힘으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만큼 단단해진 내가 마음에 든다. 등산을 하며 나를 좀 더 믿고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52~53쪽 인생은 오직 내 힘으로 정상까지 가야 하는 고독한 싸움에 가까웠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서로의 장애물을 치워주지도, 대신 넘어주지도 못할 것이다. 다만 누군가 뒤처질 땐 묵묵히 기다려주면서 친구가 좋아하는 간식을 내밀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넘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 길 앞에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로로 함께 돌아가 줄 수도 있겠지.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해주며 끝까지 함께 달려주는 것, 그것이 페이스메이커의 최선일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