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
신민주 지음 / 디귿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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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1994년생 신민주 님의 에세이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읽었어요.


 책 표지도 참 밝고, 부제인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도 명랑하게 들려서

20대 젊은이의 좌충우돌 자취생활기일 거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진중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기본 소득의 필요성은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들었던 것과 조금 다른 차원에서의 접근이더라고요.


제가 들었던 건, 노동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는 거였거든요.

현재 과학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고 있잖아요.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되면서 점차 일자리는 줄어들고 생산 효율은 높아지는데.

문제는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없고 돈이 없으면 소비를 할 수가 없고

소비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을 많이 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본 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거였어요.

생산자 입장에서도 물건이 팔려야 만들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소비와 생산의 순환을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거였는데....


 저는 기본 소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 책보다는 먼저 들은 견해가 더 납득이 됐어요.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살기 어려울지 막연하게만 생각하다가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를 읽으니 참 막막하겠더라고요.

한국 젊은이들의 주거 환경이 감옥의 죄수보다 못하다는 것도 뉴스로 봤지만

감옥보다 못한 집(방)이라도 실제로 구하려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다 생각들었어요.


간발의 차이로 저도 그렇게 어려울 수 있었지만

저는 다행히 자취를 하지 않고도 다닐 수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집에서 통학이 어려운 대학원과 출퇴근이 어려운 직장에 갔을 땐

부모님께서 보증금을 내주실 수 있는 여유가 있으셨죠.


'여유로운 부모님'이라는 특별한 행운이 없는 사람이 이 나라에서 안정된 주거지를 갖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 같아요.


 혹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게을러서 그렇다(?)고 욕을 하지만 그것도 아닌 거 같고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데다가 워낙 저임금이니

젊은이들이 순수하게 임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가요.

지금 40대인 저도 그건 불가능한 걸요.


제겐 정말 큰 행운이었지만 특별한 불행이든 특별한 행운이든, '특별한 것'에 의지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말(30쪽)에는 공감해요.


돈이 없어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읽고는 카페에서 눈물이 터져서 당황스러웠죠.


현재 우리나라의 이러한 세태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해요.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이라는 주장에는 바로 납득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제 의문은 복지와 기본소득의 구분이었어요.

책에서는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의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건 복지의 문제 아닌가, 어려운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면 좋지 않나 왜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모두 기본 소득이 지급되어야 하는가 궁금했는데.

 저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여 책에서도 에필로그 뒤에 부록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실어놓았는데요.


 모두가 다 받아야 하는 이유는 '공유 부'의 개념을 설명했고,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혜택, 기초생활수급에 있어서는 현 복지 시스템의 '선별' 지급이 문제라고 했어요.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심사하는 과정이 비인간적이기에 기초소득이 필요하다고요.


 음........ 근데 저는 그 부분을 읽어도, 그렇다면 그 과정을 개선하고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제도가 확대되어야지 그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시키는 건 무리이지 않나.. 하는 게 솔직한 느낌인데요.


 기본 소득의 실제 사례가 코로나로 인해 전국민에게 주어진 재난지원금이라고 했어요.

물론 저도 재난지원금 받았죠. 받아서 잘 썼어요.

근데 그걸 매달 받는다??!?!?!


 아무 이유없이 돈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나라에서 돈 주면 좋으니까 그걸 주장하고 추구해야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어찌됐건 미래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전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글의 초반에 언급한 이유에서요.


 이 책은 기본 소득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30쪽 고시원 화재라는 특별한 불행이든 보증금 50만 원, 월세 18만 원짜리 방이라는 특별한 행운이든 '특별한 것'들이 없어지는 게 나았다. 특별한 것들에 의존해야 한다면 평범한 행복을 만들긴 어려우니까. 


 45쪽 가난이 낭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도 미담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구출하는 것이 국가가 아니라 마음 착한 시민들이라면 그것은 미담이 아니라 불행이다. 마음 착한 시민들의 시야에 벗어난 많은 현대판 장발장들이 오늘도 벌을 받고, 고개를 숙인다.


53~54쪽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살아야 한다고, 돈을 받는 일을 모두가 할 수 있는 사회가 이 세상의 기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이 세상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우리는 자주 돈을 가져오는 일만을 세상의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누군가를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지도.


 79쪽 노 힐링, 노 멘토, 노 퓨쳐. 우리의 슬로건이었다.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을 서로가 쉽게 던지지 않았다.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성공의 비결은 우리와 너무 멀었고, 낙관적인 전망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118쪽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 세상. 우리는 다시처음부터 남을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잘 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 연결된다. 잘 의존할 수 있는 사회의 시작은 위기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자격을 묻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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