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트라우마 연구자이자 식이장애 전문가이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준기 선생님의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을 읽었어요.
트라우마라고 하면 저는 우선 어떤 반갑지 않은 대상을 피하기 위해 '나 트라우마 있어~~~'라며 우스꽝스럽게 핑계를 대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그게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본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는 그렇게 농담의 소재로 쓰이곤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농담으로 쓰일 수 있을 만큼 '트라우마'는 쉽게 접하는 어휘인데, 많이 쓰는 것만큼 알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트라우마는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영화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저는 영화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본 영화는 거의 없었지만 영화의 내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되어 있었어요. 제가 치유, 힐링, 위로... 따위를 표방하는 책은 질색이라 이 책도 그런 거 아닐까 살짝 거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보니 그런 게 아니라 정신의학적 지식을 쉽게 전달하여 자신 혹은 주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양서였어요.
트라우마를 아주아주 쉽게 말하면, '어떤 경험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경험이 전쟁이나 자연재해, 폭력 등의 극심한 것이 아니더라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끈덕지게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는 일상의 '자잘한' 사건을 스몰 트라우마라고 하고, 책에 여러 예를 들어주셨는데. 그 중에는 저도 경험했던 게 꽤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게 그냥 그런 '기억'일 뿐이지 그걸로 현재의 삶에서 어떤 증상을 보인다거나 불편함을 느끼진 않아서(예를 들면 저는 삶은 감자와 고구마를 먹고 크게 체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잘 먹고, 길거리 개에게 물린 적이 있지만 개에 공포심을 갖고 있진 않고, 어릴 때 친구에게 초라한 옷을 입었다고 놀림 받은 적이 있지만 그게 부끄럽지 않았고.... 등등) '내가 정신적으로 꽤 건강한 편이구나'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흐뭇했는데. ㅎㅎㅎㅎ
'엄마'로서의 저의 중요성을 다시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어린 시절 양육자의 태도가 아이의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되어서요. 엄마인 저의 태도가 아이의 성격 형성을 좌우할 거고 그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아이를 대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심리학 책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따분할 것 같은데, 너무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어요. 이 책의 내용으로 저와 주변인의 성격이나 관계 등 많은 것이 이해되었어요.
아, 그리고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고 영화 내용을 더 잘 해석할 수 있어서요.
#영화로만나는트라우마심리학 #김준기 #수오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