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108번째 사내 문학동네 시집 40
이영주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008번째 사내>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분으로 등단한 이영주의 첫 시집 <108번째 사내>는 괴기하면서도 슬픈 이미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녀의 시 세계는 언어를 구축했다가도 이내 해체 시켜버리는 잔인함과 그 잔인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아픔의 체온이 공존한다.    


“내 입 속에서 터질 듯 웅얼거리는/ 말의 망령들이 떠도는 이 지하방”에서 작가는 마른기침과도 같은 시어들을 토해내며 세상의 부조리를 성토한다.


그녀에게 “지하도 안, 신이 되지 못한 노인들이 신문지를 덮고 기도를 하는” 현실이나 “골목의 소녀들이 귀가하는 아버지의 몸에 타액을 뱉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은 모두 현실이 낳은 ”거리의 사생아“들 이다. 

작가의 시안은 “한낮에 담쟁이넝쿨을 잘라내는 늙은 여자”“밤이면 등에 돋은 종양”에 괴로워하는 고달픈 세상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시어보다는 음울한 시어들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그녀는 이 부조리한 사회를 108번째의 사내에 비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곳을 거쳐 간 사내들의 꼬리는 모두 녹아버렸어요 그들은 모두 집을 잃고 이 방으로 숨어들어요 모두 이곳에 번뇌를 두고 사라져요”

여자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녀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뜻하지 않은 번뇌뿐이다. 불행이 자신의 의지로 제어 할 수 없듯 부조리하게 발기된 세상에서 여자의 슬픔은 날카로운 시어들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인이 조심히 긋는 번뇌와의 단절은 더 이상 아름다운 시어가 없을 듯한 현실과의 이별을 의미하기보다는 새로운 생을 찾아 나서는 여행처럼 느껴진다.

“여인이 강가에 앉아 탯줄을 태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목을 휘감았던 탯줄을 잘라내고/ 하얗게 질린 아이의 영혼을 먼 땅으로 보내기위해/ 여인은 바구니를 띄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