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 같은 - 교포 만화가 데릭 커크 킴의 섬세한 성장기록
데릭 커크 킴 지음, 김낙호 옮김 / 길찾기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아시안 아메리칸의 성장 보고서 

『다르면서 같은』은 2003년 말부터 만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포 만화가 데릭 커크 킴의 작품집이다. 이 작품집은 데릭 커크 킴의 홈페이지(www.lowbright.com)에 2000년부터 3년간 연재된 만화를 모아 출간한 것이다.

2003년 'Ignatz Award' 수상과 'Publishers Weekly' 2003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이 작품은 이민 1.5세대인 데릭 커크 킴의 가녀린 섬세함과 은은한 감수성이 빚어 놓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이기도한 「다르면서도 같은」이 보여주는 매력은 미국인과 소수민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무거운 구도를 다루면서도 결코 재미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말풍선들은 미국의 전형적인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지만 그 안에 담긴 위트와 군더더기 없는 대사들은 경쾌한 리듬감을 안겨준다.

한국계 미국인인 사이먼과 낸시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짧은 성찰'을 보여준 그의 또 다른 작품적 특징은 '오리엔탈적'인 냄새가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엔탈 맛이란 게 도대체 뭐지? 동양 전체를 어우르는 맛이 있다는 거야?"
"간단해. 여기 닭고기 맛과 소고기 맛 수프가 있지? 연역법에 의하면 이 속에는 아마 동양인들을 갈아 넣었을 거야."


사이먼과 낸시의 대화처럼 그의 작품 속에는 아메리칸 이면서도 아시안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정체성 -아시안 아메리칸, 미국의 한국인 1.5세대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아웃사이더의 기질,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소속될 수 없는 어중간한 정체성- 이 묻어나 있다.

그의 만화가 동양적인 정서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은 만화를 형성하고 있는 크고 작은 선들이 부드러운 곡선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얼굴의 윤곽, 바다와 구름 등 배경에서 보이는 선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다르면서도 같은」이 보여주는 비밀과 고백 그리고 이해와 성장이라는 새로운 구도의 맛깔스러움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이머과 낸시가 털어놓은 각자의 고백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그들은 잊고 있었거나 새로이 발견한 '나'를 찾아낸다. 내적 성숙이란 마음속에 비밀을 바꿔가며 커나가는 것이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하나의 비밀이 소멸되어 그 수명을 다할 때 우리는 조금씩 성장 해나가는 법인가 보다.

이 작품집에는 이민자들의 자화상적 이야기가 담긴 「휘발유」, 2000년부터 약 2년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그린 「똥침」, 9·11 다음날 그렸다는 폭력의 단순성을 파해친 「인간과의 인터뷰」등 총 열세 편의 명료하고 힘있는 주제의식을 지닌 단편들이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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