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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철서의 우리 상,중,하
평점 :
판매완료
난 도를 모른다. 아니, 그까짓 거 별로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가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개성이 또렷하고 주인공의 화려한 언변과 광대한 배경지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추리물로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하나의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상당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엘러리 퀸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추리물 작가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번 책은 앞서의 세 권과는 틀리다. 세 권의 책은 머리는 조금 아플지언정 지긋지긋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가 '우리'라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책 전체에 꿰뚫고 있는 불교의 이치 때문에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나오는 스님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들으며 여기에 나오는 경찰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무능하다. (하긴 무능하니 변두리 지역으로 좌천되었겠지만.) 게다가 실질적인 탐정은 자신이 불교와 전혀 반대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건으로부터 도망다닌다. 정말 에노키즈라도 뛰어다니지 않았다면 책을 집어던질 뻔했다. 난 페이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님의 이야기보다 교고쿠도의 모순적인 장광설이 더 좋다! 더 현실적이니까. 도가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기 앞서 읽어본 리뷰들 중에 다수 적혀 있던 동성애 관련 이야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가 툭 사라진 느낌이랄까. 여러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던 작가의 욕심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추천 : 교고쿠 나츠히코의 글은 뭐든지 다 좋아하시는 분, 불교와 추리를 병행해 읽고 싶으신 분
비추천 : 그냥 한 번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도서관에서 빌리실 것을 정중히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