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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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읽어야지 늘 생각만하다가 결국엔 부천이라는 곳에 흘러들어오고 나서야 사는 곳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작가가 책을 내놓은지 20년은 족히 흘렀으니 원미동이란 동네의 모양새가 많이 변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부천은 수도권에선 여전히 집값이 싼편이다. 그것이 내가 여기까지 흘러든 이유이기도 하고..  80년대 고달프고 가난한 시절의 소시민들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나온다. 안쓰럽기도 하고, 밉살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20년이 흘러도 주변의 모습들이 많이 변해도 여전히 우리내 사는 모양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외치는 지금과 뭐가 다르겠는가. 소시민들의 애환은 여전하다. 다른게 있다면 그때와 달리 지금은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다 모든 것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것이 다르려나. 그래서 같은 모습을 여전히 살아가면서도 저런 이야기들을 빚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사람들은 지쳐서 악다구니 쓸힘도 없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리네 사는 모양은 안쓰럽다.

책을 덮고 몇번인가 이 동네를 찾아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무궁화 연립과 써니전자, 행복사진관 형제슈퍼 이런 곳들이 고스란히 있을것 같아서. 거기가면 우리 안쓰러운 몽달씨를 비오는날 가리봉동으로 가는 임씨를 지하생활자를 모두 만날 수 있을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가서 없는 돈 털어 술한잔 하면서 사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여전히 삶은 고단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해도 소시민들의 삶은 고단할 것이다. 그것이 너무 안쓰럽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건 부질없을 줄 알면서도 살게 하는 희망탓이리라.

삶이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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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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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처음을 잡은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 이런 의사가 다 있나 싶어서

참말 의사 같지 않은 의사다.  진정 의사 다운 의사다.

책읽고 며칠뒤에 간 병원의사를 아주 유심히 관찰했다.  내가 만난 도시의 의사는 지극히 의무적이었다.

그에게 나는 환자라기보다는 고객이었다. 도시의 의사라 그랬나?

하긴 이런 글줄을 읽지 않았더라면 의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들의 입고 있는 흰가운만큼이나 권위적이고 차가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겠지만. 덕분에 그 도시의 의사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바라보는 시선에 한결 너그러워졌다.

그래도 어딘가에 이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의사가 존재한다는 건 인생사의 생노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으로서 누구나 한번쯤은 환자의 신분을 겪어야할 잠재적 환자이기에 좀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하나. 언제고 한번은 병원 신세를 져야할텐데.. 그렇담 이렇게 가슴 따뜻한 의사가 더 좋지 않겠나.

갠적으로 눈물 쏙빠지게 만드는 최루성 소설 드라마 따위를 몹시 못견뎌 한다. 글쓴이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 같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그 느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주로 피하는 편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꽤 여러번 눈물을 찍어냈다.

곰탕이야기는 책을 읽으면서 설마설마 하면서 머릿속으로 짐작이 갔지만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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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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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생을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역시 그렇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서 몸속의 수분들이 빠져 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 작가가 살아낸 세월의 절반도 살아내지 못한 자로써 하기엔 좀 섣부른 말일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 느낌이 그랬다. 바싹 마른 수분이 없어진 나뭇잎 같은 느낌. 지극히 평안한 안정감은 인간에게 위태로움을 도전이나 새로움으로 보이게 하나보다. 문득 똑같은 일상을 살다가 보면 일탈을 꿈꾸게 되니까. 문득 아무도 올라가지 않는 나무위에 올라가고 싶고. 매일같이 드나드는 집과 일터가 지겹도록 고통스러워지면 기청을 찢을 듯 울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소리로 착각하기도 하고, 매일먹는 밥이나 김치가 물리면 티비속의 어느 오지인들이 먹어대는 우유에탄 양의 피가 먹고 싶어지도 한 것처럼. 그러나 그 아름답던 구슬같던 처녀시절의 애틋한 첫사랑을 떠올림에 있어 작가는 아무런 물기도 없는 이토록 마른 글을 써내려 갔는가 싶게 섬득해졌다.  그게 정말 세월의 짓이라면 그러면 내 몸을 빠져 나가는 이 수분들도 빠져 나갈 수 없게 구멍구멍을 막아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는 순간 심한 갈증에 물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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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oaroa 2005-02-1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으며 이 책이 박완서 님의 마지막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님도 그런 생각했었나요. 이 책에 감탄하거나 혹은 실망하거나 하는 분들이 계신데 박완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쓰고 싶었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글 속에 대단한 깊이를 느끼지 못해도 그저 이해가 되더이다. 화가가 늘 명작만 그리는 것이 아니고 시인이 적어내리는 글이 구구절절 명시가 되지는 않는것 아닙니까 생을 정리하면서 이 글을 적은 소설가에 대해 그분의 연세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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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기억들을 짜깁기한 소설이다. 이렇게 고향에 대한 기억들이 한 사람으로 하여금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나 같은 세대들에게 있어선 큰 부러움이 아닐 수 없다. 고향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삭막한 아스팔트뿐이니 고향의 향수 따위를 기대하기란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하여 앞으로 우리에게 관촌수필과 같은 소설을 읽게 될 기회는 어쩜 멸종해버린 동물을 다시 만나는 일만큼이나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소설속에는 우리네 인생의 온갖 역정이 담겨져 있다. 주변에서 흘려들었던 아무개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혹은 우리어머님 할머님들이 살아온 삶이기에 소설이 동시대를 살아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질감을 갖게 하진 않는다.

생소한 토박이 언어는 이 소설의 고향에 대한 자욱한 향수를 더해준다. 그리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인간냄새를 느끼게 한다. 가슴을 짠하게 하거나 눈시울을 붉히게 하며 아련한 그리움에 젖게 한다. 물론 과거의 고향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런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소설이 주는 힘이며 역시 독자로 하여금 흠뻑 취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아니겠는가 ....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역시 고향을 잃었거나 잊고 살아간다. 이제 우리에게 실향이란 단어는 북에 고향을 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단어는 아닐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 실향민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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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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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면 몇편의 시와 소설로 알고 있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천재 작가라는 사실이 전부이다.. 물론 그의 난해함이 천재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타의추종을 불허하긴 할 것이다. 이 정도라면 이상에 대해서 나는 문외한이다. 그런 내게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허구인지 몹시 혼란스러웠다.

이 소설한 권을 쓰기 위해 상당히 많은 문헌과 자료가 참고되었음을 알 수있다. 마치 논문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 정도로.. 문학으로 만난 이상이 난해함으로 대변되었더라면 이 소설에서 만난 이상은 소설을 흥미롭게 하는 소재였다. 내겐 그런 이상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로만 말한다면 이 소설에 별 다섯개는 부족한 듯 싶다. 책을 여는 순간부터 이미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오래토록 포만감을 느낀건 실로 오랫만인것 같다. 만약 앞으로 내가 이상을 깊이 읽게 된다면 그 계기는 단연코 이 소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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