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소위 말하는 노빠가 아니다. 모든 일에 방관하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내가 친가외가를 통틀어 죄다 경남 바닥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살다보니 종종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 그건 늘 지역감정이었다. dj와 노무현을 욕하는 부모님과 친척들 사이에서 정치색 드러내길 몹시 꺼려 하던 나는 참지 못하고 언쟁이 붙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어린 것이 뭘 아냐고로 몰아붙였고 결국 나는 어쩔 수없는 답답한 벽만 확인한 샘이었다. 나도 먹을만큼 먹었는데 말이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일이라 호불호를 따지기엔 내 지식과 역량이 부족하다. 허나 인간 노무현이 살아온 길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정치인이었고 대통령이었다는 걸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이 책 곳곳에서도 그런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가슴을 죄던 고백들부터 털어 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정치 하기 힘들다고 책이 좀 팔렸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전화번호도 올려 놓는 그를 보면서 전화를 걸뻔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다시 눈물이 난다. 소통이 단절되고 나서야 그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울부짖고 있다. 왜 우리는 늦게 깨닫는 것일까. 

그렇게 욕하던 사람들중 한명이던 어머니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울고 계셨다. 그리고 장대비 맞고 기어이 조문을 하고 오셨다. 물론 그건 내가 느꼈던 감정과는 좀 다른 종류의 것이란 걸 안다. 이책을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서거후 이 책을 다시 구입했다.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다음 선거에서 어머니도 또 지역감정에 얽혀 표를 던질지도 모른다. 평생을 그리 살아오신 분이라 쉬이 변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전달 되었으면 좋겠다. 어머니에게서도 희망을 보고 싶다. 아직 대한민국 정치가 더럽다고 고개 돌리고 싶지 않다. 그의 말처럼 더러운 정치를 새롭게 바꾸는 힘은 우리들의 손에 있을테니까.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을 남겨주고 싶다. 나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이것들아 투표 좀 하고 살아라라고.. 이 땅에서 더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투표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없이 표를 던지지 말고 좀 꼼꼼히 따지고 묻고 최고가 없다면 최선의 선택을 하라고... 더는 방관자나 비겁자가 되지 말자고..

이 한권으로 그를 알기엔 역부족이다. 출판된지 십년이 넘어선지 책은 참 허술하게 만들어진 게 눈에 띈다. 오탈자도 많이 보이고 우선 편집이 엉망이다. 다시 잘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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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09-06-0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간냄새 나는 분이셨죠. 지역감정도 사라지고 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