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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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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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를 졸업한 후 20년 이상, 어느 회사에도 어떤 조직에도 속하는 일 없이 
살아온 인간이라서, 회사가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매일매일 회사에 가서, 
한 자리에 조르르 모여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체 뭘 하는 걸까 하고 늘 신기해
한다. 사회 전체로 보면 그런 일을 일일이 신기하게 여기는 내 쪽이 더 신기할지도
모르겠지만. 

한편 안자이 미즈마루 화백은 전기통신사와 평범사에서 회사원으로 오래 근무하였다.
그래서 한 번은 "미즈마루 씨, 회사란 대체 어떤 곳이죠?" 라고 물어 보았더니, 
"이렇게 말하기는 뭣하지만 무라카미 군, 세상에서 회사만큼 재미있는 곳이 없다니까.
아니 일은 제대로 안하는데도 월급은 꼬박꼬박 주지, 점심 먹으러 나가면 그대로 
술자리지, 예쁜 여자들이 잔뜩 있어서 사내 연애, 불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세상에 그런 데가 어디 있겠어...... 후후후" 란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야 원 용궁으로 놀러 간 토끼가 아닌가. 

하지만 나는 전기통신사나 평범사의 사원이 모두 그렇게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는 역시 안즈이 미즈마루라는 인격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말이지, 내가 사표를 냈는데도 누구 하나 위로해 주지 않더라니까. 
덕분에 금방 수리되고, 5분 만에 사직해 버렸지 뭐. 상사가 조금쯤은 말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라고 화백은 팔짱을 끼고 뚱하게 말하지만, 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원을 누가 말리고 위로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즈마루 씨의 언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과연 나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발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지곤 한다.
역시 연륜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에 비하면 나는 회사에 한 번도 다녀 본 적이 없는 탓에, '회사적인 윤리'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하고 고민에 빠지기도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내가 조우한 각종 문제의 태반이, 그런 상호 이해의 차이에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쪽은 상대방의 사고 회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은 내 쪽의 사고 
회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편집자와 일을 할 경우, 나는 개인으로서 작가이며 상대방은 출판사의 사원이다.
하지만 그 관계는 동시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경우, 나는 기본적으
로 상대방을 모모 출판사의 '사원'으로 보지 않고, 우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본다.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가능하면 그 개인의 진정이 담긴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이 작가의 편집자의 건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만약 회사의 견해가 있을 경우
에는 '회사의 견해는 실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도로 나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란
식으로 동등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을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없어진다. 

그러니까 내가 "~씨, 그건 당신의 의견입니까, 아니면 회사의 의견입니까, 어느쪽입니까?"
라고 추궁하면,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그게 그...." 라며 
말을 얼버무리고 만다. 아니면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한다. 나는 이런 경우를 
습관적인 사고 회로의 문제라가 줄곧 생각해 왔다. '이건 회사의 의견이고, 이건 내 
의견이다' 라고 구분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은 탓에, 막상 누가 '자, 한 번 
구별해 보세요'라고 하면 쉽사리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결국 그런 타입의 인간과 몇 번이나 조우한 후에야, '혹 그렇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분명한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과 
회사의 의견을 타인 앞에서 - 이 경우는 내 앞에서 -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발생할 개인적인 책임 같은 것을 적극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네는 무라카미한테 회사와 자신의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는데, 그건 어떻게
된 일인가' 라고 상사에게 힐문당할 위험을 배제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유나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결국 그런 상대와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 그야 뭐 대단한 작품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개인적이고, 아주 정직한 작업이므로.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 회사란 것의 생리를 
잘 모르는 나의 그저 이기적인 '개인의 윤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혹 내가 잘못된 것이 내 쪽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뭐 그건 그렇고, 일생에 한 번쯤 나도 후학을 위하여 미즈마루 씨처럼 컬러풀한 
회사 생활을 경험하고 싶다. 흐음 그래, 평범사라는 회사가 그렇게 재미있는 직장이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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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이 개인적으로는, 회사에 입사한 지 만 6년이 된 날이다. 이제 7년 차 직장인이
된 것이다. (징글징글하게 오래도 다녔다. ^^ ) 

다는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 생활' 을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회사 생활을, 즉 고용인으로서의 생활을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은 
인생의 '참 의미' 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것이라 생각한다.

올 해가 되면서 회사 생활에 대해 결심한 게 있다면, 
"회사에서  부지런해지기,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업무적인 공부를 더 많이 하기.."
등등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그냥 회사를 그만 두기에는 좀 억울한 감이 있다. 
딱, 만 10년만 채울 생각이다. 

그리고 나서, 그 이후에는,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 이 되어야지 

                                                                                           <1,10,2003>   

PS. 이 글을 쓰고 나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10년이 훨씬 넘도록 말이다. 원래 삶이란 게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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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
하이럼 스미스 지음, 김경섭.이경재 옮김 / 김영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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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간 관리 저작과, 자기 관리 책을 읽어 보면, '어떻게 어떻게 해라'
라는 지침만 나와 있지, '왜' ,'무엇을 위해서' 그런 관리가 필요한 지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한 꺼풀 벗겨 보면, '프랭클린 플래너' 라는 다이어리 활용 가이드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행동과, 관리의 초점이 '도덕성'에 기반해
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마음에 든다.

다음의 구절이 어느 정도 책의 방향성을 말해 준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비결은 '인생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이해'
하는 데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데 있다.
달리 말하면, 시간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그 시간을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위해 쓰고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 책의 모태가 되었음직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삶과 마찬가지로, 저자인
하이럼 스미스의 삶도, 종교적 가치 판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가치 판단 위에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법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10가지 자연 법칙이란 다음의 10가지를 말한다.

시간관리를 위한 5가지 법칙
1. 시간을 잘 관리하면 인생을 잘 관리할 수 있다.
2. 성공과 자기 실현의 토대는 지배가치이다.
3. 일상 활동에서 지배 가치에 따라 행동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4.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려면 현재의 편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5. 일일 계획의 수립과 실행은 집중력과 시간 활용도를 높여 준다.

인생관리를 위한 5가지 법칙
6. 행동은 자신에 대한 진실한 믿음의 반영이다.
7. 믿음과 현실이 일치할 때 욕구를 실현 할 수 있다.
8. 그릇된 믿음을 바꾸면 부정적인 행동을 극복할 수 있다.
9. 자부심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10. 더 많이 주면 더 많이 얻는다.

어떤가? 구구절절 옳은 말 들 뿐이다. 저자의 서술 방식은 교회에서 하는
목사의 설교 방식 - 특별한 경험을 일반론적인 경험으로 치환시켜 버리는
능력 - 과 비슷해서, 한편으로는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맞어 맞어' 라고 즉각적인 공감을 이끌어 낸다.

책을 읽고서는 감동 받아서, 당장 '프랭클린 플래너' 를 거금을 들여 사서
잘 쓰고 있고,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나만의 지배 가치도 확립을 했다.

나만의 지배 가치

1. 사람 사랑과 사회 진보
2. 정직과 성실
3. 경제적 안정
4. 지적 성장과 자기 발전
5. 건강
6. 절제와 겸손.

이를테면, 나의 삶의 '지표'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이나, 시간 관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Tool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라.

나로서는, 연초에 이 책을 다 읽게 된 건 행운이었다. 
1년 동안의 생활의 지표를 그 만큼 일찍 발견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1.3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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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 개정판 우리시대 젊은 작가 1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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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코엑스몰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들르는 일도, 살아가면서 즐거운 일들 중의 하나다.
매번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지만, 거기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다. 
일단 책을 만져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그 책이 다른 책들과
함께 있을 때 주는 묘한 긴장감을 읽어내지도 못한다.

이 책도, 서점에 들르지 않았다면 사지 못했을 책이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는 추억을많이 자극하는 책이다.
버거 킹에서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시켜 놓고,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서 읽어 나갔다. 그리고는 곧, 추억과 기억에
휩싸여서는 알듯말듯 즐거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그림이 아주 예쁜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다. 나오는 내용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다 보았음직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유효한 메세지들이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있다. 추운 겨울이다.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적당히 거리는 유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라던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무 뒤에 숨어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움을 가슴에 묻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을 사랑한다."

라든지,

"오후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모두들 우산을 가지고 오지는 못했지만 수업이 끝날 때쯤
대부분의 엄마들이 우산을 가지고 밖에서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제각기 우산을 가지고 온 엄마와 함께
교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오늘도...
엄마는 우산을 들고 오지 못했다.

예전에 비가 내리면 뛰어도 보고,
나무 아래로 숨어도 보고,
신발 주머니를 쓰고 가기도 했지만......

뛰어 보아도,
이리저리 숨어 보아도 집에 도착했을 때
비 맞은 건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는 건...

엄마가 나를 안아 줄 수 없기 때문에
내리는 눈물이라고....."

라는 구절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추억들을 상기시킨다.

2001년 문화관광부 출판 만화 분야 '우수 문화 컨텐츠' 선정작.  

 2002년 12월.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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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 레이몬드 카버 소설전집 3
레이몬드 카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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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4편의 에세이와, 15편의 단편 소설들이 묶여 있는 소설집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은, 책 표지에 나온 말 그대로, '소설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일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을 지극히 담담한 어조로 풀어 나간다. 마치 낡은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적이고, 한편으로 초라해 보이지만, 사람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엇인가가 숨어 있다.

'글쓰기에 대하여' 라는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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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의 기본적인 정확성은 글쓰기의 유일한 도덕이다 - 에즈라 파운드'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한 작가가 '진술의 기본적인 정확성'을 확보
하고 있다면 적어도 길은 제대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내 책상 맡에는 체홉에 단편에서 따온 문장 하나가 적힌 카드도 붙어 있다.
"..... 갑자기 모든 것이 그에게 있어 명료해졌다."

작가라면 다소 멍청하게 보일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가끔은 절대적이면서도
소박한 경이로움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입을 쩍 벌리고 이런저런 사물 - 일출도
좋고 낡은 구두 한 짝도 좋다 - 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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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고 생각되는 단편은 표제작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와,
'춤추지 않으시겠어요?' 라는 작품이다.
기묘하면서도, 왠지 인간이 사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단편이다.

단편 소설을 쓰고 싶다면, 이 작가의 방식을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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