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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 개정판 ㅣ 우리시대 젊은 작가 1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코엑스몰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들르는 일도, 살아가면서 즐거운 일들 중의 하나다.
매번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지만, 거기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다.
일단 책을 만져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그 책이 다른 책들과
함께 있을 때 주는 묘한 긴장감을 읽어내지도 못한다.
이 책도, 서점에 들르지 않았다면 사지 못했을 책이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는 추억을많이 자극하는 책이다.
버거 킹에서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시켜 놓고,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서 읽어 나갔다. 그리고는 곧, 추억과 기억에
휩싸여서는 알듯말듯 즐거운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그림이 아주 예쁜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다. 나오는 내용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다 보았음직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유효한 메세지들이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있다. 추운 겨울이다.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적당히 거리는 유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라던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무 뒤에 숨어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움을 가슴에 묻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을 사랑한다."
라든지,
"오후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모두들 우산을 가지고 오지는 못했지만 수업이 끝날 때쯤
대부분의 엄마들이 우산을 가지고 밖에서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제각기 우산을 가지고 온 엄마와 함께
교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오늘도...
엄마는 우산을 들고 오지 못했다.
예전에 비가 내리면 뛰어도 보고,
나무 아래로 숨어도 보고,
신발 주머니를 쓰고 가기도 했지만......
뛰어 보아도,
이리저리 숨어 보아도 집에 도착했을 때
비 맞은 건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는 건...
엄마가 나를 안아 줄 수 없기 때문에
내리는 눈물이라고....."
라는 구절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추억들을 상기시킨다.
2001년 문화관광부 출판 만화 분야 '우수 문화 컨텐츠' 선정작.
2002년 12월. 29